‘무자기(母自欺)’를 실천할 따름이다
이지의 『명등도고록(明燈道古錄)』을 읽는다.
“성인도 오히려 보통 사람과 같다. 성인은 자신을 속이지 않을 뿐이다. 성인이 세상을 평온하게 잘 다스림에 다른 술수는 없다. 오직 잘하는 것은 이른바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는 ‘무자기(母自欺)’를 실천할 따름이다. 즉 자신을 속이지 않음이 요체이고, 뜻을 성실하게 함이 근본이다. 홀로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聖人亦猶人也 無自欺而已 聖人之治平 無異術也 亦惟善推其所 謂母自欺者而已 則無自欺 要矣 意誠 本矣 獨知之知之不可欺 要矣)”
이지는 성인이나 보통 사람이나 다를 바 없다 한다. 그러고는 성인이 된 이유를 ‘무자기’에서 찾았다. '무자기'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내며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게 가능할까?
문득 이러면 어떨까? 얄팍한 꼼수를 부려 본다. ‘딱 하루만, 그것도 안 되면 딱 한 시간만. 그렇다면 이지 선생 말대로 그 시간만큼은 ‘성인’이 아니겠는가?’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잠시 해본다.
초가을 하늘은 티 한 점 없다. 무자기의 하늘이다.
책 소개 글: 『명등도고록』(明燈道古錄)은 동양의 니체라 불리는 탁오(卓吾) 이지(李贄, 1527~1602)의 말년 작이다. 동시대 지식인들과 대화하며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을 해설해나가는 형식이다. ‘발분저서’(發憤著書)의 심경을 담아 당시 사회상을 통렬히 비판한 그의 또 다른 책 『분서』(焚書)처럼 『명등도고록』도 유가 사상에 대해 날을 세운다. 하지만 유가 사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가적 가치의 깊이를 더함으로써 시공간을 초월한 보편성을 획득했다. 즉 경세가(經世家)로서 세상을 올바로 ‘경영’하는 법을 담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