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고(考)>

가난이 소 아들이라

by 휴헌 간호윤


<가난 고(考)>


내가 연구하는 18, 19세기 실학자들은 대부분 가난하다. ‘가난’은 수입이나 재산이 적어서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우연히 국어사전을 정독하다 이 ‘가난’이란 표제어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 가난에 대해 일별해 본다.

우리말 ‘가난’은 《내훈》(1475, 1:30)에 ‘가난’의 형태로 처음 나타난다. ‘가난’은 본래 한자어 ‘간난(艱難)’에서 온 말이다. 유사어로는 궁핍(窮乏), 빈곤(貧困)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뒤적거리니 관용구와 속담이 무려 65건이 뜬다. 가난은 가난이로되 어휘는 그야말로 풍년이다.


<관용구>

‘가난(이) 들다’가 있다. 가난이 극도에 이르면 결국에 가서는 얻어먹으러 나서는 길밖에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속담으로는 ‘가난과 거지는 사촌 간이다’가 있다. 가난이 극도에 이르면 결국에 가서는 얻어먹으러 나서는 길밖에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가난이 질기다 :1. 가난하여 곧 굶어 죽을 것 같으나 잘 견디어 낸다는 뜻으로, 가난 속에서도 갖은 고생을 하며 그럭저럭 살아감.


2. 아무리 애써도 가난이 들러붙어서 좀처럼 어려운 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가난이 우환: 살림살이가 가난한 탓으로 근심ㆍ걱정이 생기게 된다는 말.


가난이 원수: 가난하기 때문에 억울한 경우나 고통을 당하게 되니 가난이 원수같이 느껴진다는 말.


가난이 죄다: 가난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범죄를 저지르거나, 불행과 고통을 당하게 된다는 말.


가난한 상주 방갓 대가리 같다:1.사람의 몰골이 허술하여 볼품없어 보임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2. 무슨 물건이 탐탁하지 못하고 어색해 보이며 값없어 보임을 이르는 말.


3. 머리가 모시처럼 희게 되었다는 뜻으로, 오랜 세월이 지났다는 말.


가난이 싸움이다: 모든 싸움의 원인이 가난에 있다는 뜻으로, 가난하면 작은 이해를 놓고도 자연히 서로 다투게 되어 불화가 된다는 말.


가난이 파고들다: 더욱더 가난해지다.


가난도 비단 가난: 아무리 가난하여도 몸을 함부로 가지지 않고, 본래의 지체와 체통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말.


가난할수록 기와집 짓는다: 1. 당장 먹을 것이나 입을 것이 넉넉지 못한 가난한 살림일수록 기와집을 짓는다는 뜻이다.


2. 가난하다고 주저앉고 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잘 살아 보려고 용단을 내어 큰일을 벌인다는 말.


가난이 싸움 붙인다: 가난한 탓으로 사람들의 관계가 나빠지거나 다툼이 생김을 이르는 말.


가난이 소 아들이라 : 소처럼 죽도록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이르는 말.


가난한 집 신주 굶듯: 가난한 집에서는 산 사람도 배를 곯는 형편이므로 신주까지도 제사 음식을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하게 된다는 뜻으로, 줄곧 굶기만 한다는 말.


가난한 양반 향청에 들어가듯: 1.가난한 양반이 주눅이 들어 향청에 들어갈 때처럼, 행색이 떳떳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면서 쩔쩔매는 모습.


2. 하기 싫은 일을 마지못하여 기운 없이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가난 구제는 지옥 늧이라: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지옥에 떨어질 징조라는 뜻으로, 그 일이 결국에 가서는 자신에게 해롭게 되고 고생거리가 되니 아예 가난한 사람을 구제할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가난한 집에 자식이 많다:가난한 집에는 먹고 살아 나갈 걱정이 큰데 자식까지 많다는 뜻으로, 이래저래 부담되는 것이 많음을 이르는 말.


가난과 거지는 사촌 간이다: 가난이 극도에 이르면 결국에 가서는 얻어먹으러 나서는 길밖에 없음을 이르는 말.


가난은 나라(님)도 못 당한다: [같은 속담] 가난 구제는 나라[나라님/임금]도 못한다[어렵다].


가난한 사람은 허리띠가 양식: 가난한 사람은 배가 고파도 당장에 먹을 것이 없으니 자연히 가난도 암가난 수가난이 있다: 가난한 살림에는 여자가 살림을 잘 못하는 탓으로 못살게 되는 암가난과, 남자가 똑똑하지 못하여 살림이 쪼들리는 수가난이 있다는 말.


가난한 양반 씻나락 주무르듯: 가난한 양반이 털어먹자니 앞날이 걱정스럽고 그냥 두자니 당장 굶는 일이 걱정되어서 볍씨만 한없이 주무르고 있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닥쳐 우물쭈물하기만 하면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을 이르는 말.


가난이 소 아들만도 [아들보다] 못하다: 가난하여 받는 천대와 멸시는 소 새끼들의 처지보다도 못하다는 뜻으로, 가난한 처지나 신세를 한탄하여 이르는 말.


가난한 집 제사[제삿날/젯날] 돌아오듯: 살아가기도 어려운 가난한 집에 제삿날이 자꾸 돌아와서 그것을 치르느라 매우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으로, 힘든 일이 자주 닥쳐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가난 구제는 나라[나라님/임금]도 못한다[어렵다]: 남의 가난한 살림을 도와주기란 끝이 없는 일이어서, 개인은 물론 나라의 힘으로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


관용구 가난이 들다: 1. (집이나 나라에) 어려움이 닥쳐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게 되다.


2. (무엇이) 드물어 구하기 어렵게 되다.


3. (농작물이) 여느 해보다 아주 적게 수확되다.


가난한 사람 걱정은 결국 돈 한 가지 없다는 걱정이다: 가난한 사람에게서 걱정이란 결국 돈이 없는 데서 생기는 걱정뿐이라는 말.


가난한 사람의 한 등불이 백만장자의 일만 등불보다 낫다: 가난한 사람이 남을 위하여 어떤 좋은 일을 하거나 내놓는 것이 비록 보잘것없고 적다하여도 부자들이 많이 내는 것보다 귀중하다는 말.


가난도 스승이다: 가난하면 그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생기므로 가난도 가르침을 주는 스승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말.


가난에 사양처(思良妻)라: 가난에 쪼들리면 어진 아내를 생각한다는 뜻으로, 어려운 때일수록 아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 느끼게 됨을 이르는 말.


가난 구제는 나라〔나라님/임금〕도 못 한다〔어렵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기란 끝이 없는 일이어서 개인은 물론 나라의 힘으로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 (=가난은 나라(님)도 못 당한다.)


한 부자에 열 가난: ‘부자 하나면 세 동네가 망한다’


코에서 단내가 난다: 몹시 고되게 일하여 힘이 들고 몸이 피로하다는 말.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안해가 그립다: 어려운 때일수록 도움을 받을 만한 능력 있는 사람이 생각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속에서 쪼르륵 소리가 난다: 배 속이 비어 소리가 난다는 뜻으로, 배가 매우 고프다는 말.


치마에서 비파 소리가 난다:[같은 속담] 궁둥이에서 (비파) 소리가 난다.


이삭 밥에도 가난이 든다 : 양식이 궁하여 가을에 추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벼 이삭, 수수 이삭 따위를 베어다 먹을 때부터 이미 오는 해에도 가난하게 살 징조가 보임을 이르는 말.


2.먹을 것이 없어서 벼 이삭, 수수 이삭 따위를 먹을 때조차 넉넉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


혼인에 가난이 든다 :혼인 잔치에 너무 많은 재물을 써서 가난하게 된다는 뜻으로, 잔치를 크게 벌여 낭비하지 말라는 말.


가을에 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에 가는 것보다 낫다: 가을밭에는 먹을 것이 많다는 말.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 :몹시 가난함을 이르는 말.


집이 가난하면 효자가 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충신이 난다: 가난한 집에는 부모를 공대하는 효자가 나오고, 나라가 어지러워 반역의 무리가 날뛸 때에는 그를 반대하여 싸우는 충신이 나오게 된다는 말.


밑구멍이 찢어지게[째지게] 가난하다 :[같은 속담]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


가난한 놈은 성도 없나: 가난한 사람이 괄시를 당할 때 하는 말.


가난한 집 신주 굶듯 한다: 가난한 집에서는 산 사람도 배를 곯는 형편이라 신주까지도 제사 음식을 받아 보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쩔 수 없이 줄곧 굶기만 함을 이르는 말.


가난한 집 족보 자랑하기다: 가난한 양반은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에 자기 조상 자랑만 늘어놓는다는 뜻으로, 실속은 없으면서 허세만 부림을 비꼬아 이르는 말.


가랑이가 찢어지게 가난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가난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가난한 양반 상청〔향청〕에 들어가듯 : 행색이 떳떳하지 못하여 주저하고 쩔쩔매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하기 싫은 일을 마지못하여 기운 없이 한다는 말.



<속담>


이야기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 :이야기를 좋아하여 그것에만 몰두하다 보면 정작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는 말.


밑구멍이 찢어지게〔째지게〕 가난하다: 몹시 가난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가난한 집 제사〔제삿날/젯날〕 돌아오듯: 괴로운 일이나 치르기 힘든 일이 자주 닥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다리를 뻗고 밥을 먹으면 가난하게 산다: 밥 먹는 자세를 바르게 하라는 뜻으로 아이들에게 이르는 말.


몹시 가년스런 말 풍년이다. 이 가난에 대한 풍년 어휘 중, ‘가난이 소 아들이라’는 관용구가 눈길을 끈다. ‘소처럼 죽도록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가난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소처럼 일해도 안 되는 가난이라면 도리 없는 가난이요, 무가내하 가난이다. 빈부의 격차가 고착화되었다는 말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이미 박물관에나 안치될 속담이 되었다. ‘가난이 소 아들이라’는 관용구와 더불어 생각해 본다. 곰곰 생각해 보니 '작금 대한민국의 이 현실'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면면한 현실'이다. 18, 19세기 저들만의 가난이 아니라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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