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저지’ 한국 시민 노벨 평화상 추천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144

by 휴헌 간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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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144


‘12·3 비상계엄 저지’ 한국 시민 노벨평화상 추천 뉴스를 접하며: 빛의 혁명, 인류의 양심이 되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은 멈출 뻔했다. 민주주의의 심장이 멎을 위기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어둠을 뚫고 국회로 향한 평범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오늘날 전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 ‘12·3 비상계엄’을 맨몸으로 막아낸 시민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움직임은, 그날 밤 흘린 눈물과 외침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인류사적 응답이다.


그날 밤 10시 31분, 한 통의 카톡이 내 일상을 갈랐다. “비상계엄입니다.”라는 짧은 문장은 대한민국의 심장을 겨누는 칼끝이었다. 텔레비전 속, 쿠데타를 선포한 대통령은 상기된 얼굴로 계엄령 전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 목소리에는 섬뜩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 순간 나는 1980년 5월을 떠올렸다. 전두환의 계엄령 아래, 한강을 건너던 버스에서 보았던 계엄군의 살기 어린 눈빛과 소총 개머리판에 맞아 피 흘리던 청년의 얼굴이 되살아났다. 60대 중반을 넘어선 나에게 공포는 오래된 기억을 깨워 오늘의 현실과 잔인하게 겹쳐졌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이 아니다’라는 수업시간의 내 말과,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경계한 ‘사이비: 향원’의 모습이 교차했다. 글로만 정의를 말하고 실제로는 숨는 위선자가 되지 않으려면 집을 나서야 했다. 아내의 만류를 뒤로하고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30년 운전 경력이 무색하게 흔들리는 차를 몰고 영등포를 지나 국회에 도착했다. 자정을 넘긴 시각, 봉쇄된 국회의사당 앞에는 이미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계엄령을 해제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헬리콥터 굉음이 머리 위를 스쳤지만 시민들은 위축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구호는 파도처럼 번졌고, ‘애국가’와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꿈틀대더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공포 위에 용기가 겹쳐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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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 삽화>



새벽 1시 경, ‘비상계엄령 해제 가결’ 소식이 전해졌다. 곁에 있던 낯선 사내가 웃음을 건넸다. 총칼도, 탱크도 무기력했다. 맨몸의 시민들이 친위쿠데타 ‘성공률 80%(전통적인 친위 쿠데타는 1945~2024년까지 총 46차례 일어났고 37차례 성공하였다. 같은 기간 군사쿠데타 성공률 49%보다 훨씬 높다[출처: 존 친(카네기멜론대), 조 라이트(펜실베이니아주립대)])’를 멈춰 세운 것이다.


전 세계 지성들이 한국 시민을 ‘빛의 혁명(Revolution of Light)’이라 부르며 노벨 평화상 후보로 주목한 이유는 단순히 계엄 저지의 결과 때문만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성숙한 시민 의식의 정수가 있었기에 선정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폭력을 무력화시킨 완벽한 평화의 힘이다. 실탄을 든 군부대가 투입된 극한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돌멩이 하나 들지 않았다. 오직 맨몸으로 길을 막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물리적 폭력에 맞선 도덕적 권위의 승리였다.


둘째, 헌법 정신을 수호한 주권자의 자각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시민은 헌법 유린의 순간을 직시하고 즉각 행동했다.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어 들어가 표결할 수 있도록 방패가 되어준 것은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세대와 이념을 넘어선 연대가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셋째, 어둠을 밝힌 투명한 연대다. 모든 시민이 1인 미디어가 되어 현장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밀실에서 기획된 계엄은 스마트폰 불빛 아래 낱낱이 드러났다. 디지털 시대 민주주의가 가야 할 길을 시민들이 제시한 것이다.


노벨 평화상 추천은 단순히 상을 받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 시민이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불의한 권력은 결코 깨어있는 시민을 이길 수 없다”는 명제를 증명했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우리는 총칼보다 강한 민주주의를 지켰고, 증오보다 깊은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본 영등포의 가로등 불빛, 그 새벽의 안도가 이제는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의 상식이 되기를 꿈꾼다. 한국 시민을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제안은, 그 밤과 그 이후 계엄을 함께 이겨낸 이름 없는 시민들에게 바치는 정당한 헌사(獻詞)다.


덧붙임: 2026년 2월 19일 16시 3분, 대한민국 사법부는 12·3내란 444일 만에 내란죄 1심 선고에서 (전)대통령 윤석열에게 ‘내란우두머리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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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윤석열 정부 2년을 기록한 칼럼을 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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