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우울한 날, 어떤 이와 대화>

요즈음 왜 글을 쓰지 않으세요.

by 휴헌 간호윤


"지금 세상에서 인문학은 그런 (공학·자연과학 같은) 것을 공부하면서 병행해도 된다.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대학교 4년과 대학원까지 공부할 필요가 없다."


한 대선 주자라는 사람이 대학생들을 앉혀 놓고 한 말이란다. 저런 이와 한 하늘을 이고 산다는 게 참 버겁다. 아니, 버겁다는 것보다 저런 이가 한 나라의 대선주자라는 사실에, 이 나라 국민으로서 산다는 게 참으로 부끄럽다. 맑은 가을 하늘조차 우울해 보인다. 작년 늦가을에 써 둔 글을 읽어본다.


<어느 우울한 날, 어떤 이와 대화>


새잎 돋을 때 넘긴 원고가 누릇누릇 낙엽 되도록 감감하다. 어렵게 ‘어떻게 되어 가는지요?’ 물어도 출판사로부터 아무런 답장이 없다. 번연히 이유를 알기에 더 묻지를 못한다. 출판 상황이 어떻고, 코로나19 영향이냐는 의미가 없었다. 이미 OECD 국가 중, 최하 독서량이다.


어느 낙엽 지는 날, 어떤 이가 나에게 물었습니다.

“요즈음 왜 글을 쓰지 않으세요.”

나는 나지막이 이런 항변(抗辯)을 하였습니다.

“쓸 글은 많은데, 첫째는 읽을 독자가 없어서요, 둘째는 책 내 줄 출판사가 없어서요, 셋째는 아무리 써도 이 세상이 변하지 않아서입니다.”


어떤 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팔릴 책을 쓰세요.---요즈음 누가 책을 사요. 어떤 세상인데 인문학만 가지고---”

어떤 이는 나를 위해 꽤 긴 베스트셀러 비법을 찬찬히 일러 주었습니다. 어떤 이는 내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단 한 권도 사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나보다 더 내 책을 잘 알고 우리나라 출판 현황까지 꿰고 비법까지 알려줍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휴휴헌을 나섰다.

바짝 마른 낙엽 몇이 ‘바스락’ 으스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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