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꽃’이었으면 하는 마음
<꽃, 그리고 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선생의 <꽃>이란 시.
고등학교 선생 시절, 의미를 제대로 알지도 못 하고 가르쳤던 저 시를 이제야 어렴풋이 알겠다.
어디 꽃이 그냥 피더냐. 수많은 낮과 밤의 시간 속에서 무서리와 비바람 맞으며, 땅 한 귀퉁이에서 굳건히 뿌리를 내린 건강한 생체(生體)만이 맺을 수 있는 인내의 결과이다.
선생은 그렇게 피어난 ‘꽃’을 ‘이름’으로 바꾸었다.
이름은 ‘의미 있는 존재’로 치환될 수 있고.
내 이 글을 심장으로 썼는지, 아니면 수공(手工)만 들였는지? 그 누구도 판단할 수 없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꽃’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에게 그가 ‘꽃’이듯, 그에게 나도 ‘이름’이었으면 하는,
가을비 추적이는 오늘,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