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까지 그으며 다 읽어 보았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책을 좋아하는 대학 동기가 <미치지 않고서야>라는 책을 보내왔다.(대학 동기는 늘 팔리지 않는 내 책을 안타깝게 여긴다.) 세칭 비즈니스에 관한 서적을 만드는 미노와 고스케라는 일본의 한 출판사 편집장 책이다. 현재 저 미노와는 일본 출판계 거목이란다. 구구절절이 미노와 말이 맞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저러한 편집장과 저러한 편집장을 이해하는 출판계를 만나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미노와 책이 비즈니스라는 영역의 출판이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전공인 인문학(고전문학)이라 다를 바 없다.(오히려 이 세상을 이끄는 것은 비즈니스가 아닌, 경영이 아닌, 인간으로서 우리가 갈 길을 보여주는 인문학이다.)
미치지 않고서야/저자:미노와 고스케/출판:21세기북스/발매:2019.06.28.
미노와만 노력한 게 아니다. 나 역시 온 힘을 다하여 글을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쓴다. 그렇게 40여 권의 책을 세상에 냈다.(난 사람을 대해서도 열정을 다하려 한다. 상대방이 안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그때 생각할 일이다. 심지어는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할 때도 대회건 아니건 따지지 않는다. 열심히 뛴다. 인생에 연습은 없다. 이 글도 마찬가지다. 내 글에 연습 글은 단연코 없다. 단 한 문장이라도 내가 썼으면 그것은 나다.)
사람들은 나에게 대중이 좋아할 책을 쓰란다. 그런 책은 없다. 여느 작가가 그렇듯 나도 내 진심과 열정과 희열로 때론 참담한 고심으로 글을 쓸 뿐이다. 대중이 좋아할 책을 써 내 글을 사달라는 통사정은 작가로서 꽤나 비겁한 짓이다. 나는 인문학을 한다. 인문학은 거짓 없는 삶의 진실을 추구한다. 진실을 거짓 없이 쓸 뿐이다.(반드시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읽어 줄 몇몇 독자는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토요일 일요일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잠을 자건, 눈을 뜨건, 술자리이건, 운동을 하건, 생각이 있으면 쓸거리를 찾는다. 오늘도 하이에나가 먹잇감을 찾듯 주제를 찾아 헤맨다. 85년생 미노와 고스케가 책에 미친 미친 정도와 85년 대학을 졸업한 내가 글쓰기에 미친 정도를 정확히 옴니암니 가름할 수도 이지가지 견줄 수도 없다.
다만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이 있다. 내가 글쓰기에 들인 노력이, 저 미노와 고스케가 미친 정도에 뒤진다고 한다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반드시 그와 인연을 매우 끊고 싶을 거라는 사실이다. 다시 만나면 정말 내가 미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 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이라는 부제는 낯 뜨겁다. ‘천재 편집자’는 더욱 그렇다. 세칭 베스트셀러에는 저러한 최상급의 ‘최고, 최초, 가장. ---’ 따위 어휘들을 옴처럼 덕지덕지 붙인다. 미안하다. 밑줄까지 그으며 끝까지 톺아보아도 다 스님 빗질하는 소리다. 가끔씩 누군가 어떤 책을 고르냐고 물으면 "모르는 게 60-70%인 책을 사세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