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12개의 고전 그림책을 추려서 일러스트레이션 패러디 시리즈를 기획했을 때,
나는 내가 어릴때 좋아하면서도 어딘가 마음에 걸리는 작품들을 골랐었다.
그 중 하나가 엄지공주였다.
우여곡절을 겪고 꽃의 나라 왕자를 만나서 행복한 결혼을 한 것 까지는 좋은데
아무리 끝까지 읽어보고 다른 책을 찾아 보아도 아주머니(어머니)와의 결말이 쓰여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주머니는 매일 밤 창문을 열어두고, 기다리시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딸이 태어난 튤립화분을 창가에 두고, 딸에게 만들어 줬던 호두껍질 침대를 곁에 두고.
어디로 갔을까, 살아는 있을까, 어디가 아픈것은 아닐까 하고.
그래서 아주머니가 잠 든 사이에라도, 꿈결에라도 소식을 전해주는 결말을 그려보고 싶었다.
나는 행복하다고.
그러니 아주머니도 행복하시라고.
그리고 기왕 피가 안 섞인 모녀사이인 김에, 엄지공주의 피부를 어둡게 그려보았다.
아마도 아주머니는 엄지공주의 검은 피부를 처음 본 날부터 사랑하기 시작해서
모든 어두운 색만 보면 자그마한 딸의 빛나는 피부를 떠올리며 미소지었을 것이다.
시간이 갈 수록 실제로 자주 만나는 일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요즘같이 외출이나 모임을 자제하는 시기에는 더 그렇게 느껴진다.
잘 있다는 전화 한통이나, 프로필 사진의 웃는얼굴의 사진이 만남을 대신한다.
만나서 함께 맛있는걸 먹고, 그동안 못 했던 얘기를 실컷 하는 것도 정말 좋지만
때로는 그저 아픈 데 없이 잘 있구나. 다행이다. 나도 잘 지내야지 하는게 더 편안할때가 있다.
그 작은 소식으로 나도 힘을 내서 살아갈 수가 있는것이다.
엄지공주
" 어머니. 나는 꽃의 나라에서 행복해요. 그러니 걱정은 그만 하세요"
" 우리 딸, 살아 있었구나! 다시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
Thumbelina
"Dear Mother, I am happy in the Kingdom of flowers. So, Stop worry about me anymore"
"My little girl, you're alive! Mother will wait for you until spring comes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