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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Mar 12. 2023

하루 두 시간 넷플릭스 vs 독서

일주일 만에 더 글로리 16회를 다 봤다. 한 편당 50분 내외 드라마 16편이면 대략 14시간 정도가 될까. 14시간이면 일주일로 나누면 하루에 두 시간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하루에 두 시간.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을 합쳐서 하루 두 시간 채우기가 정말 힘든데, 하루 평균 두 시간 드라마 보는 것은 이렇게 쉬운 일이 또 없이 느껴진다. 


드라마를 보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수동적인 행위이고 무엇보다 스토리를 기반으로 몰입의 경험을 제공해 주기에 독서나 글쓰기처럼 능동적이고 몰입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행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면이 있다. 


그렇지만 막상 16편의 드라마를 완결 지었지만 시간을 그렇게까지 썼는가에 대한 자각이 들지 않는다. 하루 2시간씩 독서/글쓰기에 성공한 주간은 그 주 전체에 걸쳐 알차게 시간을 썼다는 느낌이 남는다. 책을 펼쳐 독서를 하는 순간,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는 순간들이 모여 쌓은 시간의 탑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독서와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몰입하기에는 난도가 있는 행위이기에 순간순간이 더 크게 느껴진다. 반대로 드라마 보는 행위는 몰입이 쉽기에 상대적으로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같은 14시간도 독서와 글쓰기 할 때와 드라마 볼 때가 다르다. 


그렇게 생각하면 드라마보다는 독서와 글쓰기에 쓰는 시간을 늘리면 늘릴수록 시간을 더 길게 쓰는 게 아닐까. 한 자리에 5시간 드라마를 보면 정말 시간이 '후딱'지나감을 느낀다. 나도 모르게 시간이 삭제되어 있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독서를 5시간 할 때 그 시간은 꽤나 길게 느껴진다. 드라마와의 비교를 위해 소설책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드라마를 5시간 봤을 때와 책을 5시간 읽었을 때의 정신력 소모는 차이가 크다. 드라마를 길게 보고 나면 배가 고파지지만 책을 5시간 봤을 때는 어디서 좀 자고 싶어 진다. 그만큼 소요된 시간에 대한 질량 역시 더 무겁게 다가온다.


어쨌든 잘 만든 드라마가 줄 수 있는 몰입의 즐거움은 독서나 글쓰기로 인해 얻는 즐거움과는 또 다르다. 다만 하루 두 시간씩 시간을 내서 독서와 글쓰기에 할애하겠다는 목표가 그리 허황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일주일에 14시간을 욱여넣어도 딱히 다른 생활이 바뀌지 않았기에 그렇다. 그 시간이 없었더라도 독서도 글쓰기도 그저 그런 시간을 했을 것이고, 인터넷에서 소비하는 시간은 꽤나 없어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 하는 시간이 부족해졌고, 더 보충했어야 되는데 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사실은 핸드폰과 컴퓨터, 노트북, 패드를 쥐고 목적 없이 인터넷 게시물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넘나드는 시간에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무려 하루에 두 시간씩을 홀라당 빼서 드라마를 보더라도 전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많다. 


나의 패턴을 이야기하자면 주당 핸드폰 스크린이 켜지는 스크린타임이 하루 평균 3시간 30분이 넘는다. 주에 2시간은 밀리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데 쓰지만 나머지 시간은 소위 머리를 식히는 시간이다. 하루 3시간은 그렇게 소모된다. 컴퓨터를 이용한 인터넷 시간은 카운팅 되지 않은 시간이라, 퇴근 직후부터 잠자기 직전까지 켜져 있는 데스크톱을 고려하면 하루 인터넷 소비 시간은 5시간이 족히 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터넷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딱히 큰 도움 되는 경험이나 지식 혹은 몰입의 느낌을 받지는 못한다. 단지 반복되는 클릭과 터치에서 오는 즉각적인 피드백, 그리고 터져 나오는 도파민이 계속해서 의미 없는 클릭과 터치를 반복하게 할 뿐이다. 목적이 없어도, 오히려 목적이 없기에 핸드폰을 쥐어들고 피드를 새로고침한다. 새로운 내용이 없어도 자꾸 스크롤을 아래로 내린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긴 글을 만나면 바로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던지 왼쪽으로 스와핑함으로써 페이지를 빠져나온다. 글은 고사하고 만화도 마찬가지다. 간단하게 몇 줄로 구성된 글, 혹은 짤방이라고 불리는 그림이 아니면 보지 않는다. 그마저도 본문은 대충 보는 척 마는 척하고 댓글로 직행한다. 짧은 댓글들의 티키타카에서 본문의 요지를 파악했다고 생각하고 다른 페이지로 넘어간다.


한 페이지를 보는데 몇 분 걸리지 않지만 이런 시간이 쌓여서 하루 3시간 스크린타임으로 나타난다. 컴퓨터까지 합치면 5시간까지 이를 것으로 생각되는 어마어마한 시간의 덩어리가 된다. 상황이 이럴진대 하루에 두 시간 독서와 글쓰기에 시간 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정말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시간을 부여잡기 위한 새로운 습관이 필요하다.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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