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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May 07. 2023

최적의 매도 타이밍 (고급자용)

주식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주식으로 수익을 냈다는 사람은 있지만 주식으로 은퇴를 했다거나, 일을 계속 하지만 주식으로 인해 삶의 질이 바뀌었다거나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어느 시기를 잘라서 보면 수익을 냈을 것이지만 그 수익 뒤에 숨은 수많은 손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머릿속에 남는 이미지는 '다들 주식으로 돈 잘 버네'이지만 '꾸준히' 잘 버는지에 대한 검증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느 시점에 큰돈을 벌게 된다면 괜찮을 수 있다. 말 그대로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큰 금액을 한큐에 벌어들인다면 그 행운을 기반으로 투자 방법을 재정비한다던지, 아예 투자를 접어버린다던지,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넘어간다던지 하는 식으로 한 번 찾아온 행운을 지킬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에게 그렇게 큰 행운은 오지 않는다. 그런 기회가 오더라도 준비된 사람이 아니고서는 찾아온 행운이 꽃피우기까지 기다릴 인내심도, 실력도 없다. 현시점에서는 2차 전지 관련주, 코로나 시기에는 해운주, 조금 더 긴 시계열에서는 삼성전자를 생각해 보면 큰 시세를 내며 오르는 테마는 어느 시대건 존재해 왔다. 열 배, 스무 배 우습게 오르는 이런 테마의 초창기에 탑승했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시세의 끝까지 다 먹고 어깨에서 팔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10배 오르는 주식이 쉬지 않고 10배까지 오르지 않는다. 얼마간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게 주식이다. 성장기 초반에는 아직 영업이익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여기저기 돈을 빌려 설비투자에 나서서 재무 안정성이 좋지 않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기업에 대한 전망이 아주 좋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시각에서 평가가 내려진다. 본인만의 확고한 기준이 없을 경우 이리저리 휘둘리기 쉽다. 


휘둘린다는 것은 내가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이런저런 정보에 내 판단력을 갉아먹히는 상황을 말한다. 여기저기 휘둘리다 보면 정신력은 정신력대로 소모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준이 잡히고 생각이 맑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도저도 모르겠으니 그냥 팔자. 모르겠다. 이런 경우 내가 팔자마자 주식은 수직 상승한다. 혹은 잘 모르겠으니 그냥 존버하자. 이런 경우 십중팔구 큰 손해를 안겨주는 골이 나온다. 보통 시세를 낼 만큼 내고 떨어지는 케이스에 해당한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논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역시 주린이다. 본인의 생각이 없고, 중심이 잡혀있지 않기에 이 말도 그럴듯하고 저 말도 그럴듯하다. 그렇기에 주린이들은 시장의 타깃이 된다. 시장에서 개미들에게 원하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린이들의 결정과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시장에서 고점신호가 나오는 경우는 주린이들이 주식을 사고 싶어 안달 난 경우가 많다.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 입장에서는 가진 물량을 털어내서 수익실현에 나서야 될 타이밍이 온 것이다. 큰 충격 없이 주가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덩어리 물량을 받아낼 수 있는 매수세가 필요하다. 주린이들의 쌈짓돈이 좋은 먹잇감이 된다.


평소에 주식 공부를 하지 않거나, 주식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그들의 평소 행태를 봤을 때 어떤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데 갑자기 어떤 주식을 사야 된다, 뭐가 좋다더라, 어떤 게 많이 올랐다더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면 그때가 바로 세력이 물량을 넘기고 있다는 신호다. 딱히 주식에 관심 없는 사람까지 주식시장에 뛰어들게 할 만큼 강력한 유도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말이다. 


신문지면을 이용하고, 공중파 언론을 이용하고, 유튜브 채널을 이용하고, 예능 패널을 이용하고,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하고, 네이버 밴드를 이용하고, 블로그를 이용하고, 서점의 매대를 이용해서 전방위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어떤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제는 주식을 사야 될 때야. 모두가 그러고 있어. 너만 늦을 수 없잖아?"


맛있는 거 사준다는 아저씨 따라가며 안 돼.라고 유치원생 자녀를 타이르지만, 아이가 등원하고 나서 본인은 증권방송에 나온 아저씨말에 눈이 돌아가 주식을 매수한다. 이런 주린이들이 본인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혹은 선택을 내리기 전에 선택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주식 이야기를 시작하는 바로 그때. 그때를 기다렸다가 매도에 나선다면, 지나고 나서는 그 지점이 바로 전고점이라고 불리는 산봉우리였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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