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NOT) ALONE
주린이들은 당한다. 오르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미 다 올랐으니 내릴 거라는 말에 물량을 뺏긴다. 다 오르고 나서는 더 오를 거니까 사라는 말에 당해서 누군가의 수익실현의 재물이 된다. 내리기 시작할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손절하는 주린이, 조금 떨어진 가격에 혹해서 매수하는 주린이가 섞여 아비규환이 된다. 다 내리고 나서는 더 내릴 거니까 당장 팔라는 말에 속아 헐값에 물량을 넘긴다.
주식시장에서 이래저래 당하기만 하는 게 주린이다. 하지만 주린이는 당하는 줄도 모르고 당한다.
비겁하게도, 증권방송이든 유튜브든 공중파든 카톡이든 어떤 매체에서도 증권 매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방송 시작과 끝, 필요하면 중간중간 사회자가 나서면서까지 매수 매도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개인에게 있음을 수 없이 반복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속은 줄도 모르고 당한다.
그저 매수 매도 버튼을 누른 자기 손가락 탓을 한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손해 보는 게 오롯이 주린이들의 탓일까? 누군가가 그들이 주식을 할 수밖에 없게끔 등 떠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다음은 구글에서 '코스피 개인투자자 수익률'로 검색한 내용이다.
보시다시피 개인투자자는 지수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코로나 2020년도 주가지수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냈고, 22년도에는 -20%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으며, 23년도에 주가가 꽤나 회복되었고 2차 전지 관련주는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다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오를 때는 조금 먹고, 내릴 때는 왕창 깨지는 게 바로 개인투자자들의 모습이고, 이들의 대부분이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거나, 경력은 꽤나 되지만 경험에 대한 피드백이 전무한 주린이들이다.
통계를 살펴보면 이렇게나 주린이들의 성적표는 말 그대로 형편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주식시장에는 주린이가 필요하다. 주식시장이 제로섬 게임은 아니지만, 어떤 게임이던지 언제나 잃어주는 호구를 한 명 끼고 시작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플레이어는 없다. 오히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서로 나서서 맞이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린이는 돈을 잃어주는 플레이어다. 게임을 많이 하면 할수록 점점 잃는 금액이 커진다. 그래서 주식시장에 주린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이 거래를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반대로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커진다.
그렇기에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주린이를 유혹한다. 이렇게 하면 돈 벌 수 있어요. 주식하려면 이렇게 해야 해요. 이렇게 하면 잃지 않을 수 있어요. 선의든 악의든 주린이에게 쏟아지는 정보를 모두 합치면 시장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주린이들의 생각과 주린이들의 결정 정도는 시장이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면에서 공격이 시작된다. 티브이, 유튜브, 카톡, 네이버 블로그, 예능방송, 온라인과 오프라인 광고, 도서 매대, 선거 공약, 게임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을 주식으로 이끄는 요소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리고 때가 되면 포문이 열리고 주린이를 공략한다.
'지금은 오를 만큼 올랐어. 이제 좀 팔아도 돼', '이제 더 떨어질 거야 당장 팔아',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 더 오를 거야. 당장 더 사자.'
나는 아니라고? 싶은 사람들은 계좌를 확인해 보자.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보다 높은가 낮은가? 아니, 그 이전에 플러스인가 마이너스인가?
위 그림은 코로나로 인한 주가지수의 급전직하 이후 급등 직전인 20년도 3월부터 10월까지 개인투자자의 손실 비중과 벤치마크 하회 비중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시장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냈다. 게다가 신규 투자자의 60%, 기존 투자자 36%는 손실을 보았다. 동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15%에 달했음을 상기하면 주린이들의 투자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된다.
이렇게 시장이 아무리 활황이어도 주구장창 손해만 보는 주린이들이 뼈 빠지게 열심히 벌어 주식시장에 내놓는 그 돈들이 얼마나 달콤할까.
자신이 주린이라면 차라리 주식시장을 멀리하는 게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잃지 않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잃지 않기 위한 가장 쉽고 중요한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