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 주가지수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코로나 버블이 한창이던 '21년도 고점을 갱신하고도 10% 이상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상승이 시작되기 전인 '21년 말, 워런버핏은 일본 종합상사 기업에 대한 투자를 낙관적으로 봤다. 올해에도 다시 지분을 높이겠다고 이야기하며 '영원히 생존할 기업들'이라고 칭했다.
친환경 에너지의 부각과 잠재 석유 매장량의 폭발적인 증가(새로운 유전 발견 및 시추 기술 발달로 가용 석유 대상 증가)로 석유 패권이 약해지고 있다. 더불어 전기차로 대표되는 2차 전지 시장의 태동과 맞물려 석유보다는 2차 전지 제작에 필요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희토류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 브라질, 중국등 자원 부국의 가치가 올라가고,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기업과 국가의 생존 자체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일본 종합상사 기업들은 일찍이 해외 자원투자를 시작하여 그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려 나가고 있다. 포스트 석유 시대에 석유를 대체할 자원 확보의 기반을 탄탄히 다져나가고 있다는 부분에서 버핏의 후한 평가가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워런 버핏은 일본의 종합상사 기업들에 주목했지만, 일본 증시 전체가 비약적인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버핏이 주목하는 일부 섹터의 상승만으로 닛케이 전체가 신고점을 찍고 계속해서 고점을 갱신해 나가기는 힘들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일본 경제가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워런 버핏의 일본상사 이야기에 뒤이어, 이제는 한물갔다고 생각했던 일본 반도체 산업마저 살아나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1등 기업 대만 TSMC는 이미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데, 완공도 하기 전에 10조 원의 추가 투자를 예고했다. 미국 마이크론도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무려 5조 원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공정도 30 나노, 40 나노급 레거시 공정이 아니다. 최신 EUV 노광장비를 이용한 10 나노급 D램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까지 3000억 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D램 시장에서는 우리나라가 압도적 시장점유율 (삼성 + 하이닉스 66%, 마이크론 28%, '23년 1Q)을 보여준다. 마이크론이 일본에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발표한 동시에 해당 분야 기술력 1등 기업인 삼성전자가 R&D투자를 일본에 한다.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이니 뭐니 하면서 미 권역 내 생산공장 건설을 종용하는 미국이 TSMC의 대규모 일본 공장 투자를 눈감아주고, 심지어 미국기업인 마이크론의 차세대 반도체 공장을 일본에 건설하려 하는 상황이다.
'23년 1분기 마이크론은 하이닉스를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우리나라 정부의 중국 때리기에 이어 반도체 수출길을 스스로 막음으로써 얻은 어부지리다.
세계 반도체 1위 기업 TSMC와 5위 마이크론이 일본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경쟁업체인 삼성전자까지 아무 관계없는 투자를 강제하게 되는 상황이니 일본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는 현실이다. 특히나 반도체 투자의 경우 투자 규모가 천문학적인 만큼, 지역 경제는 물론 나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우리나라가 주변국과의 외교 실패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이 막히면서 무역수지가 곤두박질치고 나라 경제가 소위 '나락'가는 현실과 비교해 보면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알 수 있다.
이렇게 일본은 미국이 그리는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 낙점되어 그동안 대만과 한국에서 수행하던 반도체 생산 기지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 구도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과 대만 양쪽 모두 현재진행형인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한, 대만은 중국과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았고, 이를 이용해 계속해서 장작을 넣으며 전쟁 위기를 부추길 것이다. 두 나라가 반도체 제조에 있어서는 세계 1,2위를 다투지만,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반도체 장비로 들어가면 기술력이 형편없다. 결국 장비를 파는 나라에서나, 사주는 나라에서 대만과 한국에 공장 짓기를 꺼려하면 다른 나라에 지을 수밖에 없다.
TSMC는 그 대상이 일본인 것이고, 우리나라는 미국이다. 더불어 미국의 반도체 기업마저 일본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 시장점유율의 상당 부분이 일본 제조 반도체 기업에 넘어갈 것이 확정적이다.
더불어 희토류로 대표되는 포스트 석유 시대 자원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로 2차 전지 시장에서도 일본이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는 한물가버린,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갈라파고스의 나라로 생각했던 일본이 우리나라를 딛고 다시 일어서려 한다. 얼마나 한국에 뜯어먹을게 많고 호구로 보였는지 기시다, 스가, 아소 다로까지 전/현직 일본 총리 세 명이 연달아 방한했다.
우리나라가 어디까지 몰락할지, 일본이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지는 모른다. 다만, 지금의 이 시기가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이 되는것은 아닌지 두렵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