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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Sep 09. 2021

말 그대로 아무것도하고 싶지않은 당신에게

인생이란 게 무엇일까?


너무나도 거창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인생까지 가지 않아도 좋다. 그냥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나는 뭐 하고 있는 건가? 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걸까. 나는 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걸까. 사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아무것도 하지 않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싶지 않아 진다. 청개구리도 아니고 어디선가 어긋난 무언가가 있기에 그런 생각이 들기 마련일 텐데,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 아무것도 하기 싫다.

-. (진짜 아무것도 안 함)

-. 아무것도 안 하는 상황도 하기 싫다.

-. 그렇다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다.

-. 무언가를 하든지 하지 않던지 어쨌든 괴롭다.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괴롭다.

-. 그렇다고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다.

-. 일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를 보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괴롭다. 

-. ??


이런 상황의 반복. 아무것도 하기 싫어도 꼭 해야 되는 일이 있다. 출근


회사에 나가면 더 괴로워진다. 큰 의미 없는 일의 반복. 누구나가 견디고 살아가는 그저 그런 직장생활의 반복. 회사에서의 커리어는 어디에서도 써먹을 수 없는 그런 일의 반복. 일에 대한 압박은 크고 리턴은 작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회사생활. 


회사에 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일상을 갈망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 닥치면 그 무료함에 몸부림치는 상황.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는 무엇일까? 재밌는 게임을 해도 그때뿐이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그때뿐이다. 연인을 만나도 쉽게 위로되지 않고, 친구를 만나도 그렇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행위는 너무나도 큰 집중력이 필요한지라, 엄두도 내지 못한다. 마중물과 같은 책을 읽어야 되는 걸까? 그냥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


그럴 때 읽기 좋은 책이 소위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서다. 분량도 적고 내용도 쉽다. 음. 솔직히 이야기하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디테일로 들어가면 차이가 나지만 아예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 나오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읽어나간 책이 쌓이면 책에 나오는 예시까지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맥락이 등장한다. 굳이 이걸 또 읽어야 되나? 싶다. 


그래도 힘들어지면 자기계발서를 찾는다. 잘 쓴 자기계발서는 읽을 때만큼은 우리의 가슴을 불타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 대부분 내가 처한 상황보다 더 시궁창에서 시작했다. 저 사람에 비하면 나는 가진 게 참 많은 사람이구나. 누군가의 시선에서 나는 이미 행복한 사람이구나 생각이 든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마구 솟구친다. 또 어떤 자기계발서를 보면 독서를 하거나, 일찍 일어난다거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웠다거나, 명상을 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영어공부를 통해서 인생을 바꾼 사람들이 나온다. 이런 이야기를 보면 나도 일찍 일어나야지, 나도 명상을 해야지, 나도 공부를 해야지, 나도 글을 써야지 하는 의지가 생긴다.


그런데 책을 덮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굳게 다짐했던 의지는 신기루처럼 날아간다. 그리고서 생각한다. 


'아 자기계발서 아무리 읽어봤자 바뀌는 거 없어' 

'괜히 시간 낭비했네' 

'다음부턴 절대 안 읽어'


나도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계발서를 멀리했다. 멀리했지만 가끔 생각이 났다. 삶이 힘들 때. 뭘 해야 될지 모르겠을 때 특히나. 그래도 책을 읽을 때만큼은 가슴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불태울 수 있는 불쏘시개로 책을 읽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가슴은 답답하고 게임도 질리고 잠도 잘만큼 자서 더 이상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어질 즈음에 서점에 갔다. 인문이고 과학이고 경제고 심지어 소설이고 도저히 책 한 자 읽을 정신력 조차 바닥났을 때. 그럴 때 자기계발서는 읽힌다. 왜? 이미 아는 내용이니까. 뻔하니까.


그 뻔함이 중요하다. 이미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읽다보면 끝까지 읽을 수 있는 힘을 주는 게 자기계발서다. 그리고 한 권을 온전히 읽어나가면 마음속에 은근한 뿌듯함이 찾아온다. '오늘 책 한 권 읽었구나' 그리고 그 뿌듯함이 동력이 되어 뭐라도 하고 싶어 진다. 하다못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코인 노래방에 들려서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거나, 괜히 친구한테 밥 먹자는 문자를 보낼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


사실 그걸로 충분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도 하고 있는 상태'로의 전환을 이끌어낸 것이다. 긴 시간 괴로워하고 그 괴로움에 다른 괴로움을 얹어 심연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던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작은 계기 하나였다. 그리고 그 계기를 손에 쥐어주기 위한 목적을 갖고 태어난 책이 바로 자기계발서다. 이렇게 생각하면 꽤나 가성비 좋은 불쏘시개 아닐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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