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조 May 01. 2021

가슴뛰는 매매를 일삼는 당신께 드리는 글.

(책) 쩐의 흐름을 타라


여러분만이 독특한 인간이 아닌 이상 여러분이 '~하고 싶어 미치겠다'고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느낀다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대중이 한쪽으로 쏠리면 시장은 반대 방향으로 갑니다.

자기자신의 충동을 모니터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있을 법하지 않은 시나리오를 떠올려보는 훈련을 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쩌면 시장이 그런 시나리오대로 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매매 계획을 짜기 바랍니다.



리디북스 전자책으로 구입해서, 세 번째 읽고 있는 책이다. 쩐의 흐름을 타라. 선물/옵션 트레이더로서 10년 이상 수익을 내고 시장에서 떠난 투자자의 이야기다. 2009년 발매한 책이니 벌써 12년이나 지난 이야기다. 내용이 아주 간결하고 유머러스해서 쉽게 읽힌다. 이 책에는 투자의 급소, 비법, 비기 이런 내용은 없다. 일반적인 초보자 입장에서 보면 그냥 그렇구나 싶은 내용들 투성이다. 그래 그건 알겠는데 그럼 어떻게 하라고?라는 생각이 절로 나온다. 물론 아예 생초보라면 지금 책에 있는 내용도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이다. 그러나, 초보티를 조금 벗어나서 잘난척하는 초보 단계에서는 그다지 건질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 책에서 주식에 대한 알파와 오메가를 모두 얻어갈 수 있다. 오늘은 위에 발췌한 문단을 소개한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많은 후회를 하게 된다. 손절하고 나서 날아가기도 하고, 어느 정도 올라서 팔았는데 그 이후로 몇 배 더 올라가기도 한다. 반면에 손절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 했는데 그 날로 지하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고, 더 먹으려고 욕심부리다가 적당할 때 탈출하지 못하고 하락 사이클로 전환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공교롭게도, 내가 팔고 나면 내가 사고 나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라는 인간이 그렇게 충동적이고 멍청한 인간인가? 자문하면 그렇지도 않다. 나 나름대로 사회생활 열심히 하는 중이고, 누군가에게는 인정받는 사람이다. 밖에서는 그럭저럭 사람 구실하고 사는데, 왜 주식시장에만 오면 이렇게 당하기만 할까. 그래도 나 합리적인 사람인데, 매수/매도할 때도 나름대로 몇 번이고 생각하고 한다고 하는데, 그 고민의 끝에 나온 결정이 좋은 결실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별로 없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나 나름대로 생각했다고 하는 것. 나 나름대로 고민했다고 하는 것 전부 일반적인 사고의 범위 안쪽이다. 왜냐? 나와 너는 그렇게 특별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닌데, 나는 명문대 나왔는데. 아닌데, 내 연봉이 얼만 줄 알고? 아닌데, 아닌데.. 뭐, 특별하다면 특별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사회에서의 성공이라는 게 주식시장에서도 적용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류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로 당신은 특별하지 않은 범부라는 말이다. 


주식시장의 구조를 보면, 겉에서는 경쟁구도처럼 보인다. 남이 팔아야 내가 사는 것이고, 내 물량을 누군가 받아주어야 수익을 내는 것이고. 내가 전교 1등이 된다면, 수능 1등급이 된다면, 입사시험 1등을 한다면, LEET 통과를 한다면, 아파트 청약 당첨이 된다면, 이런 것들 전부 남과의 경쟁이다. 이 사회는 나 자신과의 싸움보다는 남과의 경쟁에 초점을 맞추도록 설계되어 있고, 그 성공의 경험 또는 그렇게 싸워본 경험에서 나온 익숙함을 무기로 주식시장에 뛰어든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주식시장은 시장 자체의 흐름이 존재하고, 그 흐름은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 연준에서의 금리인상 발표에 시장이 출렁이고 코로나 팬데믹 우려에 전 세계 자본시장이 증발한다. 이런 단편적인 이벤트에 따른 변동 외에도 기후변화라든지, 크게는 경제의 순환주기라던지, 그런 것들에 선행하여 주식시장이 움직인다. 이런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움직임 전체를 꿰뚫고 혹은 입맛대로 조정하며 시장의 머리 꼭대기에 설 수 있는 주체가 없다고는 이야기하지 못하겠다. 현 인류 전체가 누군가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데, 그런 음모론은 접어두더라도 시장에서의 수익을 누군가와 경쟁해서 얻는다는 생각은 틀렸다. 세상에는 70억 인구가 살고 있고, 그 70억 인구가 만든 수억 개의 법인이 존재한다. 내가 경쟁하는 대상을 지칭할 수가 없다. 그냥 그렇게 시장 참여자 모두가 섞여 있는 것이고, 그 자체가 흐름이 되고, 시장으로 존재한다.


어쨌든 그렇게 주식시장을 시장 자체로 받아들이고 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시장의 흐름에 따르는 것이다.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고집과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시장과 경쟁한다는 이야기는 지구와 경쟁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 이야기다. 지구의 자전을 벗어나려면? 지구를 떠나야 한다. 별 수 없다. 우리는 그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나는 시장의 일부이며, 당신도 시장의 일부일 뿐이다. 시장과 경쟁하려면?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에, 시장을 떠나야 한다. 시장을 떠나서,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무언가를 들고 와야 한다. 지구의 자전을 틀어버리기 위해서는 목성정도 되는 친구를 달 궤도 근처로 끌고 와야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이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내기로 작정한 사람들이니 만큼, 시장의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 이야기는 한결 단순해졌다.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시장 자체를 추종하는 투자를 한다고 치자. 그런데, 내 안에서 몇십 년간 단련되어 온, 혹은 DNA에 몇 만년 동안 축적되어 온 경쟁에 대한 욕구가 너무나도 크다. 무의식 중에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때 느끼는 감정이 이런 것이다. 내가 나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느낌. 가격의 등락에 영향을 받아 투매하고, 뇌동 매매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 내가 던지고 싶으면 저 친구도 던지고 싶어 지고, 내가 사고 싶으면 저 치도 사고 싶다. 그래서 항상 이득을 보는 주체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사람들이다. 아 팔고 싶다. 팔고 싶다. 팔고 싶다. 세 번을 참는다. 그동안 팔 사람은 다 팔았다. 세 번 참고 나면 다시 올라간다. 살 때도 마찬가지다. 급등하는 주식을 보고 아 사고 싶다. 아 사고 싶다. 아 사고 싶다. 세 번 참으면 눌림목이 찾아온다. 처음에 샀으면? 물려 있는 거다. 그나마 비중 조절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내 깜냥보다 큰 뭉텅이가 들어가 있는 경우에는 무조건 손절이 나가게 되어 있다. 그나마 손절이 나가면 다행이지만, 최초 자신의 선택에 대한 철회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또 많다. 단타로 시작해서 장투가 되는 것이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많다. 당장 그저께 하락장에서 그나마 수익률 방어해주는 종목을 현금화 했다. 그러고 미련이 남아서 혹시 더 올라가지나 않을지 시세를 훔쳐본다. 이미 챙긴 수익보다도 앞으로 먹지 못한 것에 대한 배아픔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번 달 초에도 20% 수익을 보고 빠져나온 종목이, 다음날로 상한가를 가더니 2배 넘게 상승해서 아직도 고가 놀이를 지속하고 있다. 지금도 계속 시세를 모니터링하는데, 욕심에서 빠져나오기가 참 힘들다. 수익금 자체로 보면 그래, 만족스러울 수 있는데 소심하게 물량을 다 넘기고 초과 수익을 날린 것에서 후회가 찾아오는 것이다.


이 역시 시장을 받아들이고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 데서 온 패착이다. 상승 초입에서 심장이 떨려 물량을 전부 뺏긴 어리석음. 이 정도 올랐으면 떨어지겠지? 그건 내 생각이고 당신의 생각이다. 시장은 대중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로 떨어지는 척하면서 다시 올라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고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건, 정 사고 싶으면 3일 뒤에 사고, 정 팔고 싶으면 3일 뒤에 팔라고 이야기한다. 적어도 세 번 정도는 생각하면서 정신 차리라는 이야기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의 진짜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