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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Aug 20. 2021

하락장에서 마음이 불편한 당신께.

주의 : 위로의 글이 아닙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후회한다. 그때 팔걸. 조금이라도 일찍 팔았다면 이렇게 손해보지 않았을 텐데. 그때 팔고 지금 다시 샀어야 되는데.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하는 후회다. 언젠간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사실 구체적으로 그 시점이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오르기만을 바랄 뿐. 내 욕심에 차지 않는 가격에서는 익절도 나가지 않는다. 오르면 오르는대로 더 오르지 않을까? 지금 팔아도 분명히 이익 구간이지만 '손해'보는 것처럼 느껴서 팔지를 못한다. 분명히 이 정도면 충분히 올랐다고 스스로 판단 내린 구간에 도달했는데도 매도가 나가지 않는다. 더 올라갈 거라고 기대하니까. 왠지 그럴 것 같으니까. 여기서 내렸는데 더 올라가버리면 배 아플 것 같으니까. 


내가 팔았는데 주가가 급등했을 때의 심리 변화를 살펴보자.


1. 일단 배가 아프다. 배가 너무 아프다. 더 먹을 수 있었는데 내가 차지할 수도 있었을 파이를 누군가에게 빼앗긴 기분이 든다. 매일 시세를 확인하면서 떨어져라 떨어져라 기도한다. 

2. 다른 종목은 끝까지 갖고 가서 먹어야지 라고 생각한다.

3. 운 좋게도 쥐고 있던 다른 종목이 상한가를 갔다. 하지만 더 갈 거라고 생각하고 팔지 않았다.

5. 다음날 시초가가 갭으로 뜨더니 이내 위꼬리를 달고 내려온다. 물타기를 한다.

6. 다음날 살짝 오르는 것 같더니 음봉이다. 물타기를 한다.

7. 또 음봉이다. 또 물타기를 한다.

8. 결국 손실로 전환된다.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져 버렸고 차마 물타기는 못한다.

9. 이제 기도뿐이다. 존버만이 답이라며 오르기만을 기도한다. 


원칙이 없는 매매, 원칙을 지키지 않는 매매의 종착점은 패망이다. 당연한 것처럼 망한다. 전문가도 아니고 제대로 교육받은 것도 아닌 내가 그나마 있는 지식 없는 지식 끌어모아서 세운 시나리오조차 지키지 못하고 기회를 날린다면 대체 뭘로 성공할 수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분할매수 분할매도. 갑자기? 그렇다. 분할매수 분할매도는 욕심을 컨트롤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다.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너, 나, 우리는 절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우리가 주식을 매매하는 시점은 십중팔구 고점이다. 시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누구나 돈 버는 것 같고, 주가지수도 꽤나 올라서 앞으로도 더 오를 것 같은 그런 시점에 와서야 매수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연한 것처럼 주가는 빠진다. 내가 주식을 사게 됐다는 건, 살 만한 사람은 이미 저점에서 잔뜩 챙겨놓고 수익실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라 이 말이다. 그렇기에 분할매수해야 된다. 


처음에 적은 금액만으로 매수를 해 보고 오르면 오르는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더 산다. 오르면 올랐으니 좋고 떨어지면 싸게 사서 좋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 떨어지면 더 사면되니까. 만약 한 방에 잔뜩 들어갔다가 주가가 조금 하락하기라도 하면 멘탈이 흔들린다. 혹시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 전전긍긍하게 된다. 조정 후에 크게 갈 주식을 심리가 흔들려서 던져버리고 만다. 


분할매도 역시 분할매수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나 주가의 움직임이 크지 않은 경우에 더욱더 그렇다. 급등하는 주식의 경우 빨리 팔아서 수익을 챙기고 싶은 마음에 손이 근질근질하다. 정 근질근질하면 팔아버려도 된다. 크게 상관없다. 팔고 나서 더 날아가면 배가 아플 뿐이지 실제 계좌는 약소하게나마 풍성해졌다. 문제는 슬금슬금 움직이는 종목이다. 주가가 오르긴 오르고 있는데 언제 팔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전고점 부근에 오긴 왔는데 딱히 힘이 실린 것도 아니고 안 실린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냥 들고 있는다. 들고 있었더니 다시 빠진다. 빠져도 크게 빠지는 것도 아니라 그냥 가져간다. 몇 주 지나서 다시 신고점 근처로 올라온다. 조금 오르고 다시 빠진다. 계속 쥐고 있는 가운데 주가는 계속 오른다. 주가가 우상향 하는데 뭐가 문제일까? 이런 주식이 한 번 크게 빠지면 쉽게 익절 하지 못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올라갈 거라고 기대하며 하루하루 수익폭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바라본다. 그렇게 그렇게 주가는 조금씩 빠져가지만 반등을 기대하며 잔고는 시들어간다. 무언가가 잘못되가고 있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평가손익이 마이나스로 전환된 이후다. 


그래서 어느 정도 주가가 올랐을 때 일부라도 수익 실현을 해야 된다. 주가가 상승했을 때 일정 부분 수익을 누적시키며 끌고 가는 편이 좋다. 오른 만큼 현금으로 전환하게 되면 비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이미 여러 차례 매도를 했던 종목이기에 나중에 주가가 빠졌을 때 손절도 쉽게 나간다.


물론 사람 심리가 이상한 게 분할매수, 분할매도하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아니 한 번에 딱 사서 고점에서 왕창 팔면 더 크게 먹는 거 아니야? 분할매수 그거 한다고 조금만 샀다가 바로 오르면 어떡해? 지금 조금 팔아서 얼마 챙겨봤자 뭐해 더 올랐을 때 한 번에 팔아야지. 안 그래? 


이 질문들의 공통점 : 나는 언제나 수익을 볼 거라고 생각한다. 수익을 낸다는 게 전제로 깔려 있다. 

현실 : 내가 사면 떨어진다. 나는 고점에 매도할 능력이 없다. 오늘 익절 안 하면 내일은 손절이다.  


한 방에 크게 먹어야지! 좋다. 매일매일 MTS 열고 시세를 체크하거나, 내가 가진 종목 토론방 기웃거리기를 일삼는 사람이 아닐 경우에 세울 수 있는 전략이다. 만약 핸드폰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MTS가 깔려 있거나, 9시만 되면 슬그머니 폰을 꺼내 시초가를 확인하고 싶어 진다거나, 가치투자/장기투자라고는 하지만 사실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물린 종목만 가득하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는 전략임을 말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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