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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Aug 23. 2021

몰빵매수, 몰빵매도 = 러시안 룰렛?!


몰빵매수 몰빵매도는 6발들이 리볼버로 하는 러시안룰렛 게임과도 같다. 총알을 한 개만 넣어보자. 머리가 터져나가기 전 까지 운 좋으면 5번의 기회가 있다. 총알 6개를 몽땅 채워 넣으면 첫 발에 무조건 죽는다. 미리 손을 써 둔 총이라던가, 운 좋게도 격발 불량이 일어난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백 퍼센트 목숨을 잃는다. 당연하다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이 예시가 주식투자에 맞는 말이냐고? 사실 꼭 그런 건 아니다. 왜냐하면 게임의 규칙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장전할 수 있는 총알의 수를 내가 정할 수 있다. 내가 총알의 개수를 정할 수 있다면 몇 개의 총알을 넣고 게임을 하겠는가? 6발을 꽂아 넣고 러시안룰렛 게임을 할까? 1발? 6발? 


아니 생각해보자. 6발짜리 리볼버에 총알 6개를 장전하고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댄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누군가에게 납치당해 온 몸을 결박당한 채 알지도 못하는 비밀기지 자백을 강요받으며 협박당하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이 일어날 일은 없다. 사실 웬만해선 리볼버 실물 자체를 볼 일도 없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리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짓을 우리가 해낸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너무나도 커서 그런 게임을 한다면 이해라도 한다. 하지만 확신이 없는 사람일수록 말도 안 되는 짓을 한다. 근거가 없으면 없을수록 스스로의 '감'에 의지한다. 혹은 누군가의 한 마디를 듣고 무럭무럭 커진 '망상'에 의지한다.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절대 일어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될 일을 저지르고 만다. 


잘 생각해보시라. 주식투자에 있어서 매수와 매도의 룰은 정해져 있지 않다. 온전히 나한테 유리한 쪽으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꼭 전재산을 털어서 한 종목을 한 번에 사지 않아도 된다. 가진 종목을 날잡고 몽땅 팔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주식은 나눠서 살 수 있고 나눠서 팔 수 있다. 다시 한번 반복한다. 주식은 1주만 살 수도 있고 1주만 팔 수도 있다. 한 번 더 반복한다. 주식은 오늘 사고 내일 또 살 수도 있다. 10일에 나눠서 살 수 도 있고 10년에 나눠서 살 수도 있다. 정말이다! 그걸 누가 모르냐고? 안다고 생각하니까 더 바보처럼 구는 경우도 있다는 걸 명심하자. 


다시 총의 비유로 돌아오자. 룰은 내가 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굳이 실탄 6개를 채워 넣은 미친 총을 갖고 게임에 임하지 않아도 된다. 6개는 고사하고 실탄 1개만 채워도 손이 벌벌 떨린다. 그러면 그냥 총알을 안 넣어도 된다. 빈 리볼버를 10정 정도 준비하고 지우개를 잘라 넣어보자.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어린아이용 장난감 총을 50개쯤 가져와도 된다. 아무리 쏴도 실제 총알이 뇌간을 관통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렇게 게임을 하더라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어떤 총을 쥐고 어떻게 발사하는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관심도 없다. 


중요한 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위험한 모험은 금물이다. 누가 주식판으로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전재산 걸고 도박하듯이 베팅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다. 다들 잘 알겠지만 고수라서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사람이 그 자체로 고수인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잘난척하고 목에 힘주고 다녀도 일찍 뒤지면 아무 소용없다. 조용히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가는 게 짜세다. 


그렇다. 우리는 시장에서 낙오되지 않고 목숨을 지켜야 한다.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전략을 짜야한다. 크게 먹을 생각을 처음부터 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이다. 타짜일수록 목숨 걸고 베팅하지 않는다. 이미 손기술은 마스터한지 오래, 주변인 매수는 예삿일이다. 하우스 어디에 몰래카메라가 심어져 있고 녹음기가 숨겨져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반드시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세팅하고 베팅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일수록 순진하게 쌈짓돈 싸들고 범 아가리로 들어가서 죄다 털리는 법이다. 실력 자체로도 이길 가능성이 희박한데 게임 룰 조차 불리하게 시작하면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못 이긴다. 절대로. 


매수/매도 전략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됐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는 쪽으로 투자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자. 

살아남으려면, 한 번의 베팅에 목숨을 걸 수는 없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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