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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Aug 25. 2021

주식투자와 턱걸이의 공통점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살아남는 게 먼저다. 살아남는 것 자체가 어떻게든 수익을 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혹은 아주 적게 잃으면서 경험치를 쌓고 있는 과정이다. 버티다 보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턱걸이와 비슷하다.


턱걸이를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 처음에는 그저 철봉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버티다 보면 버티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다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턱걸이에 성공한다. 딱 1개를 할 수 있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10개까지는 개수가 쉽게 늘어난다. 개수 늘어나는 재미에 빠져서 열심히 하게 된다. 턱걸이를 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신이 난 상태이니 수행능력이 좋아짐은 당연한 결과다. 10개를 넘어서부터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그건 잠시 접어두자.


우리는 턱걸이 1개도 못 하는 헬린이고 주식시장이 아직은 낯선 주린이다. 사실 버틴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지난하고 힘든 과정으로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철봉에 매달려 있으면 이게 운동이 맞나 아닌가 하고 나면 온 몸이 뻐근한 거 보니 운동은 운동인데 버틸 뿐이라니 재미도 없고 보람도 없다. 그런데 그 과정은 누구라도 거쳐야만 하는 통과의례다. 


처음부터 철봉을 쥐고 턱걸이 10개씩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든지 철봉에 매달려 씨름하는 시간이 있었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 것이고 실제로 포기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다시 철봉 앞으로 돌아와서 될 때까지 도전한 사람들만이 노력의 결실을 얻는다.


버티면 어떻게든 된다는 건 알았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버티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너무나도 막막하기 때문이다. 수익을 내는 방법도 천차만별인 데다가 수학공식처럼 이런 경우 오른다 이러면 떨어진다 하는 내용도 무조건 들어맞는 게 아니다. 이전에는 무조건 맞았다고 하는 방법도 막상 해보면 미묘하게 엇나간다. 그래서 버티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진다.


사실 주식시장의 변덕스러움은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절대적인 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다면 나머지는 간단하다. 


1. 나한테 맞는 방법을 찾는 것.
2. 그 방법을 연마하는 것.


더없이 간단할 수가 없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수익을 내지 못할까? 보통은 나한테 맞는 방법이 어떤 방법인지조차 찾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된다. 혹 운 좋게 맞는 방법을 찾았음에도 충분히 익히고 갈고닦는 과정에서 시장의 변덕을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다. 이게 전부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건 버티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나한테 맞는 방법을 언제 찾게 될지도 모르고 그 방법을 찾아서 익히기까지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한지는 모른다. 이건 아무도 이야기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확실한 건 도전 횟수를 늘리면 언젠가는 목표지점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근육 빵빵 체지방률 5%대 몸짱이 아니다. 그냥 턱걸이 한 번 해보고 싶을 뿐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10개 정도 하는 게 목표다. 그 정도에는 누구라도 도달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버티는 건 더없이 간단하다. 정말 간단하다. 단순하기 그지없다. 단지 투자금액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무한정 버티기가 가능해진다. 이게 전부다. 1주 매매로 시작해서 나한테 맞는 방법을 찾고 그 방법을 발전시켜 수익 창출 파이프라인을 만들 때까지 지속하면 된다. 1주 매매로 타격을 입어야 얼마나 입겠는가. 그 정도 잃고 수익을 내는 것. 이걸 우리는 '수업료'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게 정말 어렵다. 진짜 너무나도 어렵다. 아무 준비도 없고 제대로 된 시나리오도 없지만 왠지 이 종목을 사면 오를 것 같다. 매수 버튼을 누르고 나서는 그 확신이 더 강해진다.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공허한 믿음. 어디선가 주워들은 초보자의 행운이니 뭐니 그런 문장도 생각이 난다. 왠지 이번만큼은 온 우주의 기운이 모이는 것만 같고 그 주인공이 나인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무의식을 휘감는다. 처음에는 1주로 시작했다가 10주 주문을 넣고 나중에는 가능 수량 전부를 몽땅 쏟아붓게 된다. 이전 글에서 예시로 든 총알 6개 채워 넣은 리볼버 총구를 관자놀이로 향하는 순간이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버틸 수 있는지 머리로는 알았지만 실천이 발목을 잡는다. 백문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이지 투자 관련된 책을 백 권 읽어도 한 번 경험하는 것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더 버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칙을 되새겨야 한다. 매수 버튼을 누를 때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는 생각을 해야 된다. 사실이 그렇다. 내가 가진 종목이 떨어지면 진짜 죽고 싶어 진다. 실제 목숨을 던진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투자 실패 비관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웬만한 케이스는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다. 오죽하면 한강 간다는 말이 관용구처럼 사용되기도 하고 장이 좋지 않은 날은 한강 수온 어플 캡처본이 인터넷 게시판에 돌아다닌다.  


목숨을 잃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 글을 읽는 누구도 투자 활동하며 목숨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명을 달리 한 사람들도 본인이 본인 스스로 삶을 마감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몰랐기에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내 결정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더라면 절대 목숨을 버릴 정도의 큰 '베팅'을 했을까. 말로는 주식'투자'한다고 하지만 카지노보다 희박한 확률에 '베팅'하는 줄은 모른다. 


절대로 명심해야 된다. 수익보다는 살아남는 게 먼저다. 버티는 게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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