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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Aug 28. 2021

10년 보유 않을 주식은 10분도 보유 마라?

워런버핏의 그 유명한 문장이다.


그만큼 스스로 생각할 때 완벽에 가까운 시나리오를 세우고, 기업의 요모저모를 뜯어본 후에 결정하라는 이야기다. 주식 전문가 샌드타이거샤크의 필명도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상어의 이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50가지가 넘는 기준으로 필터링하고, 테마를 얹어서 보험을 들어 놓는다. 제대로만 한다면 잃을 수가 없는 투자다. 그렇게 저자는 연 100%에 가까운 수익률을 8년째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처럼 철저하게 분석하고 신중하게 투자하는데도 연 수익률 100%라는 이야기로 바꾸어 볼 수도 있다. 한 달에 10%씩만 먹어도 연 120% 인데, 연 100%?라고 반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식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달 10%, 연 100% 라는 수익률이 얼마나 어려운 목표인지 알게 되겠지만 하루에도 십수 종목이 상한가를 치고, 심심치 않게 3연상 5연상 많게는 10연상 가까운 급등을 보여주는 종목을 접하다 보면 연 100% 수익률도 우습게 생각되기 마련이다. 종목 하나만 잘 잡으면 일 이주만에 두 세배 먹는 것을 뭣하러 어렵게?


그렇게 급등주로 빠지게 되고, 당연하게도 계좌는 털린다. 멘탈이 걸레가 되고 뇌가 얼얼하다. 하지만 그 얼얼한 기분도 얼마 안가 걷히고, 상처가 아문다. 그 시점에서 또 깨달은 척, 현자가 된 척 이번에는 기초부터 탄탄히 해야지 생각하지만 티끌모아 얻은 티끌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급등주라는 도박에 손을 대는 것이 바로 우리 개미들의 유구한 전통이다. 그런 반복을 통해서 번쩍임을 얻는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스러져 가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급등주에 올라타지만 않으면 개미들도 티끌은 모아볼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워런버핏이나, 위에서 언급한 주식 전문가나 제법 큰 덩어리를 굴리려면 정말이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개미가 따라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개미도 미미한 수익 정도는 손에 쥐어본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의 반복이 근거 없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결국 앞뒤 재지 않고 빨간 기둥을 세우며 질주하는 이름 모를 종목의 등에 올라타는 것이 아닌가.


사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미미한 수익의 반복에 만족하고 그 작은 수익을 내는 근거에 기반하여 더 살을 붙여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뭐 여러 가지 기법도 필요 없고 복잡한 시황 분석도 필요 없다. 본인이 어쨌든 수익 내는 방법을 우연하게라도 찾았다면 그걸 분석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걸 발전시키는 게 첫째이다. 거기서부터 스노우볼 굴리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초심자의 행운에서 나아가 그 행운이 왜 왔을까에 대한 고찰이, 행운을 행운에서 그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누려 나갈 수익으로 남게 한다. 


이제 거기에 욕심이 작용하는 순간 모든 것은 어그러지고, 문득 정신 차려보면 심연을 향해 끝없이 침잠하는 나의 계좌와 멘탈을 마주하게 된다. 저 유명한 워런버핏도 투자하는 데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10년을 보유하지 않을 종목은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인간의 일생에 있어서 참으로 긴 시간이건만 그 정도의 시간을 견뎌낼 각오가 된 후에 매수 버튼을 누르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생각하면 일 년에 한두 번 매매하는 것조차 힘들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정도의 준비가 된 후에 수익이 따라오는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한 이치기도 하다. 


내가 하루에 한 종목씩 사는데, 그 종목이 매 번 수익이 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나름대로 공시도 기웃거리고 재무제표도 훑어보면서 고른다고 골랐지만 그 이후의 주가 흐름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던가. 매일 매매해서 한 달에 20번. 일 년에 240 종목 골라서 전부 수익이 나기는 힘들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메시도 매 경기 골을 꽂아 넣지는 못한다. 평균 득점이 1.x 회를 넘는다고 해도 골 자체를 넣지 못하는 경기가 수두룩 하다. 우리가 하는 주식은 축구와는 또 달라서 골을 넣지 못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투자에 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돈을 잃음으로써 망가진 멘탈은 앞으로의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내가 참가할 경기를 잘 골라야 한다. 고르고 골라서 내가 이길 수 있는 경기에만 참가해야 한다. 권투선수 메리웨더처럼 지지 않는 경기를 해야 한다. 남이 보면 그렇게 재미없는 싸움이 또 없지만 그렇게 싸워야 한다. 재미를 위해, 짜릿함을 위해 주식투자를 한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물론 꾸준히 수익 보는 법을 깨우친 고수에게는 주식만큼 재밌는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개미들에게는 전혀 재밌는 게임이 아니다. 마치 늪처럼, 지옥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은 거대한 거인과의 싸움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거인을 이기려면, 거인과의 싸움을 매 번 응해서는 안된다. 내가 정말 이길 수 있는 조건에서만 승부를 승낙한다면,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여러 번 때려잡을 수 있다. 연전연승 백전백승이 가능한 것이다.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법도 아니고 차트 보는 눈도 아니다. 바로 멘탈을 잡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욕심을 버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욕심을 버리는 것. 그것이 시작이고,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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