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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Sep 07. 2021

'초보자의 행운'에 숨은 진실

초보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초보에게는 이상하게도 운이 따른다는 말이다. 우리는 주식시장에 발을 디디고 있는 주린이기에 주식시장에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가 알아야 될 것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 초보자의 행운이 주어질까? 사실 모든 사람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보시절 큰 확신 없이 들어간 종목에서 의외의 수익을 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 지른 주식투자에서 수익을 맛봤다. 코인에서도 평가수익이 늘어나는 맛을 봤다. 결국 90퍼센트 이상 하락해버렸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첫 투자에서 수익을 챙겨가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상승 모멘텀이 확실할 때 초보의 유입이 많기 때문이다. 출근길 뉴스에서도, 점심시간 TV에서도, 옆자리 동료에게서도, 친구들 단톡방에서도, 심지어 우리 엄마까지도 주식이야기를 할 때. 이럴 때 시장은 활황이다. 하루에도 수 종목이 상한가에 도달한다. 어떤 날에는 열 종목 이상 상한가를 기록하는 날도 있다. 52주 최고가 경신 뉴스가 방송에 나오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 있고, 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따뜻하고 말랑한 분위기. 이럴 때 초보들이 시장에 유입된다. 


어떤 종목을 사더라도 크게 하락하지 않고, 적게나마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초보의 경우는 그래도 자주 들어본 종목, 나한테 익숙한 종목을 사는 경향이 있기에 리스크가 큰 기업에 투자하는 케이스가 많지 않다. 편하게 이야기하기로 우량주라고 불리우는 종목을 산다. 그래서 시장 전체에 돈이 풀려있는 시기에는 왠만하면 오른다. 많이 오르고 적게 오르고의 차이일 뿐 다 같이 돈을 버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다. 


그러나 초보자라고 다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나는 처음 한 주식투자에서는 돈을 벌었지만 코인에서는 돈을 버는 것 처럼 보이다가 전부 잃어버렸다. 여기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 건 바로 비중이다. 주식은 50만원으로 시작했고, 코인은 1000만원 가까운 돈으로 시작했다. 아무래도 비중이 많이 실린 쪽에 마음이 더 쏠릴 수 밖에 없었다. 50만원어치 주식이 5%오르면 25000원 수익이지만 1000만원은 5%만 올라도 50만원의 평가수익이 찍히니 눈 돌아가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눈으로 본 최고 금액은 1750만원이었다. 이 금액의 앞자리가 바뀌고 바뀌어 벤츠가 되어 돌아올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1750만원으로 중고 소나타를 사는게 최선이었음을 이제야 안다. 


보통 초보자는 큰 금액 베팅하기가 두렵다. 백 만원 지폐 다발 구경하기도 힘든 세상에 천 만원씩 덥썩덥썩 집어넣기는 너무 무서운 것이다. 왠지 투자한 돈이 어디 없어질것만 같고 이게 돈인지 게임머니인지 실감도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돈을 넣지 못하고 소액으로 시작한다. 소액이기에 두 배 올라도 그만 세 배 올라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배는 아프겠지만 크게 아쉬운건 아니다. 큰 욕심이 작용하기에는 조금 하찮은 금액이다. 그래서 빠져나오기도 그만큼 쉽다. 100만원 넣어서 105만원이 되면 5만원 치킨값 벌었네 개이득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시기가 초보자 시기이다. 


정리하면 초보자의 행운이 작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시장 상황이 좋을때 진입한다. 

욕심부리지 않고 적당한 시기에 빠져나온다. 


주식 시장에서 조금 굴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위 두 가지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전체적인 시장 흐름을 모른채로 개별주식 투자에 나선다. 매일 아침 저녁 미국 주식시장의 등락을 체크해야되는건 아닐지라도 어느정도 코스피의 흐름은 알고 투자에 나서야한다. 지금 시장이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 횡보장인지에 따라서 내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저 확률이 달라진다. 아무리 좋은 종목과 재료라도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린 경우와 돈이 말라있는 경우는 앞으로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상사에게 보고를 할 때도 그 사람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평가가 천차만별인 것과 같다. 


또 하나는 욕심 제어에 실패한 부분이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비중의 크기에 따라 욕심이 작용하는 영향력이 다르게 나타난다. 내가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냉정하게 운용할 수 있는 금액이 있다. 이 금액은 점차 실력이 쌓이고 경험이 쌓일수록 늘어나지만 처음에는 누구나 그 크기가 작기 마련이다. 그래서 적은 금액부터 시작해 내 그릇의 크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큰 돈에서 작은 돈으로 내려오면 안 된다. 반드시 작은 금액에서 큰 금액으로 올라가야한다. 그래야 돈을 적게 잃으면서 충분한 경험을 쌓고,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그릇의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두 가지의 원칙을 초보들은 지켰다. 본인이 의도해서 그런건 아니지만 그렇게 된 경우가 많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 내 그릇만큼 들어간 주린이들은 수익을 만끽한다. 중요한건 그 다음이다. 행운이 행운이란걸 인식해야된다. 행운이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운'에 불과하다. '운'으로 이룬 결과물을 다시 재현해 내기는 힘들다. 내 실력이 아니라 운으로 얻은 거니까. 


보통 주식시장에서 행운을 맛본 주린이들은 그 달콤함에 취해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운 좋게 맛본 수익을 내가 잘해서 내가 똑똑해서 얻은 '당연한 결과물'로 생각한다. 처음부터 별 노력없이 과실을 맛봤기에 다음 투자는 더 대담해진다. 어쩌다가 얻어걸린 행운을 정말 천운으로 생각하고 고맙게 여겨도 모자랄판에, 스스로에 대한 과한 확신으로 판돈을 키우다니. 당연하게도 행운은 언제까지나 이어지지 않고, 자만은 파멸을 몰고온다.


그렇기에 운 좋게 찾아온 행운을 거머쥐면, 그 자체에 감사하자. 여기서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 세상에는 주식이 아니어도 인생을 알차고 훌륭하게 꾸며나갈 수많은 길이 존재한다. 그래도 나는 주식을 꼭 해야겠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한다. 웰컴 드링크는 단 한번 뿐이다. 그 다음부터는 밑바닥에서부터 시작이다. 군대로 비유하자면 초보자의 행운은 마치 신병교육대대 이동 전 새 군화와 새 전투복과 새 속옷등을 지급받는 것에 불과하다. 신나서 새 옷, 새 신을 신어보겠지만 기쁨도 잠시 눈 앞에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특히나 멘탈을 잡지 않으면 저 심연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십상이다.


제대로 된 한 발자국을 내딛고 싶다면 행운을 행운으로 인식하고 내가 지급받은 옷과 신발이 슈트와 구두가 아닌 전투복과 전투화임을 알아채야한다. 자기인식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투자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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