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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Nov 08. 2021

전업투자를 꿈꾸는 당신에게

전업투자를 꿈꾸던 때가 있었다. 회사 생활이 고달프고 힘들 때. 내 삶의 주도권을 뺏겼다고 느낄 때. 이렇게 벌어서 언제 집 사고 효도하나 싶을 때.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감을 느낄 때. 사는 게 내 맘대로 안 될 때. 


전업투자를 내 삶의 돌파구로 생각했었다. 돌파구라고 이야기하면 그래도 좀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현실도피 수단에 불과했다. 전업투자만 하면 잘 될 것 같았다. 매일매일 근무하는 시간에 주식 공부를 한다면, 단타 연습을 한다면,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이고 일주일이 모이고 한 달이 모이고 일 년이 된다면 어쩌면 나는 주식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왠지 나는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 


하루에 15만 원만 벌어도 한 달 20일이면 300만 원의 수입이 나온다. 하루에 20만 원씩 단타로 먹으면 400이다. 이 정도면 굳이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훌륭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이다. 굳이 아침부터 눈 비비고 기어나가 상사 눈치를 보고 먹지 않아도 될 욕을 먹고 하기 싫은 일을 하고 투덜대며 주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게다가 한 번 가속 붙은 실력은 날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버는 돈이 늘어나고 실력도 늘어나게 되면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퇴사를 해야 된다. 나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서는 당장 회사부터 그만둬야 되는 것이다. 내 앞길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 바로 회사. 


이렇게 회사 때문에 전업투자를 하려고 마음먹었다가 전업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퇴사해야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무언가 순환논리인 것 같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내 진짜 목적은 회사를 그만두는 데에 있었으니까. 사실 주식 따위 회사를 그만두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으니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 퇴사를 막은 건 주식이었다. 당시 눈뜬 장님마냥 욕심에 의지한 매매를 일삼고 있던 나였다. 매매라는 단어를 쓰기에도 부끄러운 그저 베팅에 지나지 않은 투자행위. 원숭이가 찍어도 이것보다는 매도 매수 타이밍이 좋았을 것이고 앵무새가 종목을 골라도 나보다는 멀쩡한 종목을 고르지 않았을까 싶어 지는, 동물보다 못한 인간 이하 수준의 매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 시드는 녹아만 갔다. 여름철 아이스크림과 같이 녹아들어 가는 내 시드머니는, 아이스크림과는 다르게 달콤한 맛 한 번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하루 한 달 일 년이 지날수록 사라지는 내 영혼과 바꾼 돈이 어딘가로 샤랄라 날아가는 광경. 사실은 그저 차디찬 파란색 막대기와 마이너스가 앞에 붙은 파란 숫자가 원래부터 그 자리가 마치 자신의 자리라는 듯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주식 어플만이 내 손에 들려 있을 뿐이었다.


이제 손에 남은 돈이 얼마 남지 않자 퇴사할 마음이 사라졌다. 하루 15만 원을 단타로 먹겠다는 계산은 하루에 1% 정도는 챙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나왔다. 하루 1%로 15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1500만 원이 필요하다. 내 계좌에 남은 돈은 1500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퇴사할 수 없었다. 


그렇게 퇴사조차도 내가 마음먹은 대로 하지 못하고 휘둘린 나는 다시 하루하루를 연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출근했고 동료들과 점심을 먹었다. 약간은 멍한 눈으로 퇴근하며 유튜브를 뇌에 꽂았다. 머리를 쓰지 않는 생활이 반복되길 여러 달, 나는 이내 회복했다. 그렇게 돈을 잃고도 금방 회복하는 걸 보니 다행이기도 하고 학습능력이 부족한 것인가 싶기도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잃은 돈만큼 뭔가 배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시 회사를 다녔고, 같은 방식으로 매매를 이어나갔다. 다행히도 손절하는 금액보다 월급이 많았기에 시드는 불어났다. 너무 자연스럽게 문장을 이어나가서 위화감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손절은 이어졌고 월급은 계속해서 들어왔다. 주식에서의 마이너스를 월급으로 메꾸는 하루하루. 어쨌든 계좌는 늘어났다. 그래서 그 짓을 계속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닥쳤다.


매 년 영업이익을 적자보며 자본잠식을 목전에 둔 회사와 매출이 100억인데 시가총액은 2000억 인 회사, 사채 발행을 비일비재하게 해서 주식 가치는 점점 희석되는 회사 같지 않은 회사들로 가득한 내 포트폴리오는 그야말로 급전직하했다. 그런 와중에 손절하고 남은 돈을 긁어 모아 들어갔던 닛케이 인버스도 기어코 손절하며 내 계좌는 깡통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깨지고 나니 드는 생각. 


1. 전업투자는 쉽게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

2. 이렇게 주식하면 안 되겠구나.


안 된다는 거 두 개를 배웠다. 원래 뭐든지 하지 말라고 할수록하고 싶어지는 법. 그리고 한 번 길이 들어버리면 그것을 바꾸기는 정말 힘든 법. 


주식시장에서 돈 벌어먹고 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고, 심지어 주식으로 돈을 제대로 벌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전업 투자에 나선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말이지 어디 말하기도 부끄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지만 당시엔 진지했다. 주식이야말로 내 삶을 바꿔줄 엘도라도처럼 보였고 나도 뛰어들어서 크게 한몫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런 건 없다는 걸. 지금 안 되면 나중에도 안 된다. 지금 시장에서 돈을 못 벌면 직장을 그만둔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되는 건 되는 거다.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건 나의 능력과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지 회사에 다니고 안 다니고가 결정적인 부분은 절대로 아니다. 적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을 것이다. 해당사항이 있는 선생님께서는 댓글로 가르침을 주시길 바라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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