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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Aug 07. 2022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정말?

시장이 고개를 들기가 무섭게 마음이 풀어진다. 분할매수는 종목을 익절 하고 생긴 현금으로 하면 된다는 안일한 신념에 따라, (하락장에서는 익절  종목이 없기에) 노동 소득을 통해 들어오는 쥐꼬리만  현금으로 분할매수를 위시한 물타기를 일삼던 나인지라,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레버리지를 매매한 욕심의 말로를   뜨고 똑똑히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힘들 때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한다. 힘들어야 고민하고, 고뇌하고, 생각하고, 분석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자조하기도 하면서 스스로의 모든 걸 짜낸다. 이번 하락장에서도 나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위해서, 다시 돌아올 하락장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 금융 시스템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이런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혹시 나만 예측을 못 하고 때려 맞은 게 아닐까에 대한 점에 대해서, 나보다 먼저 간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지나간 위기에서 어떻게 대응했을까에 대해 공부했다.


미리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아마 말을 하지 못하는 영유아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문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머릿속 깊이 각인된 말이다. 이 문장의 해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미련을 갖고 매달려도 소용없다. 후회하기 전에 미리 잘 하자.

두 번째 : 소를 잃은 건 잃은 거지만 실수를 반성하고 다음 위기에 대비하자.


두 가지 해석이 조금 다르지만 사실은 연결되는 말이다. 소를 잃은 건 이미 잃은 거고 잃었다는 사실 자체에 매달려서 과거에 매몰되면 발전이 없다.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을 고치고 다음번에는 소를 잃지 않도록 대비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사람의 습성에 대한 한 가지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 문장 그 자체를 다시 읽어보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인간 그 자체를 보여주는 담백하고도 날카로운 문장이 아닐 수 없다. 다시 한번 읽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그렇다. 사람은 소를 잃어야 외양간을 고치는 존재다. 무언가를 잃어버리기 전에는 그것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 소중함은커녕 '당연하게' 생각해 버린다.


외양간에는 언제나 소가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소 역시 태초부터 그 자리에 있지는 않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해 버린다. 언젠가부터 머릿속에서 당연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소가 송아지를 낳고 송아지는 소가 되고 소는 또 송아지를 낳고.. 행복 회로만을 꾸준히 돌린다. 소를 잃어버린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현재의 안락함과 달콤한 꿈에 젖어 들어 위기에 대한 대비는커녕 위기 자체에 대한 생각이 전무하다.


마침내 소가 없어지면 그제야 정신이 든다. 아무 관리도 안 하고 있던 외양간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인간으로서의 본성 그 자체이기 때문에 본성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인간인 이상 실수 자체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다음 스텝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소를 잃었고, 반성한다. 반성의 결과로 외양간을 고친다. 원인을 파악했고 개선했다. 다시 외양간이 망가지지 않기 위해 주기적인 관리 계획을 세운다. 이런 프로세스가 반복되면 아주 훌륭하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실수를 할 것이고 그때마다 소는 도망갈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같은 방법으로 또 도망가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겪어야 할 실수를 다 겪고 나면 더 이상 소가 도망갈 일은 없어진다. 설령 도망가더라도 그 도망감까지 미리 계산에 넣게 되는 순간, 실수는 더 이상 실수가 되지 않는다. 위험이 위험이 아니고 위기가 위기가 아닌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 경지가 우리가 꿈꾸는 고수의 경지다.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자산이 늘어나는 경지.


그러나 설령 외양간을 고쳤더라도 다시 소가 외양간으로 들어오고, 소가 한 둘 늘어나면서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하면 과거의 실수를 잊기 쉽다. 곧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소는 도망간다. 지난번 고쳤던 바로 그 부분을 또 고친다. 곧 외양간은 또 망가지고 소는 또 도망간다. 이 똑 같은 과정이 몇 번 반복되면 결론은 외양간을 고쳐도 소용 없네. 로 귀결되고 포기해버린다.


세상에 이런 멍청이가 있나 싶겠지만, 우리의 모습은 후자와 흡사하다. 실수에서 큰 고통을 받고 나름 피드백을 한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조금만 나아져도, 심지어 계좌는 아직 심각한 마이너스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겪었던 고통은 어디 갔냐는 듯이 기세 등등해진다. 또다시 희망 회로를 불태우며 달콤한 꿀 한 방울을 혓바닥에 적시기 위해 몸을 절벽으로 내 던진다.


지금처럼 실낱같은 희망이 고개를 들때. 지금부터 조심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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