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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Aug 06. 2022

주식투자는 제로섬 게임일까?

아무래도 좋을 수도 있겠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주식투자는 제로섬 게임일까? 내가 오늘 버는 것이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일진대, 내가 벌어감으로 인해서 누군가는 좌절을 맛보게 되는 그런 게임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 뭔가 미안해진다. 그 사람도 나처럼 돈을 벌기 위해서, 이것 저것 아껴가며 모은 돈을 들고 시장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피땀 흘려 번 돈을 송두리째 빼앗기게 된다면 그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스스로가 그 심정을 뼈저리게 경험한 개미이기에 주제넘은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게 된다. 사실 내 앞가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나이지만, 지금처럼 뭘 사도 오르는 반등장에서 비로소 마음을 조금 놓게 되었다고 이런 시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기관과 외인은 절대 잃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결국 손해 보는 건 개미일진대, 나까지 이득을 보게 되면 어느 누군가는 또 손해를 보게 되는 게 아닌가? 그런데 그렇다고 할지라도 나까지 불나방처럼 날아들어서 같이 손해를 안고 익사하는 건 또 제대로 된 정신머리일까? 아니면 나라도 살아남아서 어떻게든 세력의 파이를 뺏어오는 것이 개미를 위한 길일까.


문득 든 생각인데, 주식 유튜브를 개설하거나 투자클럽 등을 만들어서 자기 노하우를 공개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사실 그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푼돈을 받고 노하우를 공개하거나 가르치거나 책을 쓰거나 하는 시간에 자기 투자할 거 하고 공부할 거 하는 게 돈은 훨씬 더 많이 벌 것이다. 그런데도, 정말 신기하게도 돈 한 푼 받지 못하는 유튜브에서 기법 교육에서 정신교육까지 열정적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는 고수들이 있다. 그들이 그렇게 본인의 밑천을 드러내면서까지 오픈하는 이유는 바로 개미들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이 아닐까?


내가 주식시장에서 1억을 벌었을 때 그 돈이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하면, 그 돈은 십중팔구 개미의 돈일 것이다. 당장 나에게서 주식을 사간 사람은 세력일지 모르겠지만 그 세력은 다른 타이밍에서 개미의 돈을 빼앗고 있을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그림에서 내 돈은 결국 누군가의 피눈물이 되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는 일일까? 주식시장의 본질이라는 게 무엇일까? 대체 시장이라는 게 뭘까. 돈 벌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어 한바탕 놀아재끼는 합법적인 도박판일까? 이 테마에서 저 테마로 돈이 돌고 돌고 붐이 꺼지면 재빨리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뛰어간다. 뒤늦게 뛰어든 사람들만 독박쓰는 이 지옥의 윤회. 주식판이라는 게 정말 개미들만 손해 보는 판인 걸까. 결과적으로 그렇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걸까. 개미들의 시체 위에 금융이라는 거대한 이데아가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선진국의 화려함 뒤에는 노예가 되어 공장을 돌리는 수십억의 인간이 존재한다. 결국 주식시장은 주식을 거래할 수 있을 정도로 먹고살 만해진 상급 노예들의 시체로 이루어진 세계인 걸까.


그렇다. 생각해보니 주식시장이란 그런 것이었다. 노동력의 착취에 더불어 그 노동력의 착취 위에 올라선 사람들의 노동력에 기반한 과실을 주식시장에서 털어가는 그런 시스템. 너무 큰 비약일까. 누가 등 떠밀면서 주식에 돈 넣으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오로지 자신의 욕심으로 주식시장으로 향하고, 돈을 털리고 또다시 돈을 밀어 넣는다. 


주식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할진대, 그 지탱을 개미가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일까. 국민연금도 있고 기관이 들고 있는 물량도 있고 외인 물량도 존재한다. 어쩌면 개미과 기관 외인이라는 구분 자체가 썩 유의미한 경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잘 모르겠다 사실. 나 역시도 계속해서 흔들리고 털려나가는 수많은 개미 중 하나일 뿐. 그 개미가 여왕개미가 될 확률은 극히 제로에 수렴한다. 개미는 개미와의 경쟁을 통해 여왕개미가 될 수 있을까? 수천만, 수억의 개미들과 고만고만한 수준의 싸움에서 이긴다고 개미의 왕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경쟁을 물리치고 여왕개미가 된다 한들, 그 여왕개미는 개미가 아닌 곰과 황소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개미는 개미와 싸워서는 절대 세력을 이길 수 없다. 나의 상대는 다른 개미가 아니라 바로 세력이다. 세력과의 상대를 통해 세력의 이득을 갉아먹는 전략을 써야 하는 게 아닐까.


100억 자산가인 어떤 유튜버가 한 종목에 10억 가까이 밀어 넣었다가 3연상 이후 상한가 잔량에 자기 물량을 다 쏟아붓고 다음날부터 주가는 하락했다. 세력 입장에서 10억의 물량 소화가 안돼서 포기해버린 걸까. 사실 세력이란 건 없는 게 아닐까. 단지 돈이 조금 더 많은 주체가 세력이라고 불릴 뿐. 덩치가 크기 때문에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진다. 그래서 세력의 마음대로 주가가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큰 덩치만큼 움직임은 둔해진다. 물량 모으기도 힘들고 물량을 던지고 빠져나오기도 힘들다. 그들이 힘을 숨기고 있을 때는 같이 조용히 있다가 물에서 솟구치면 나도 같이 솟구쳤다가 슬그머니 빠져나오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새우가 고래보다 더 높이 뛰어오를 수는 없다. 적당할 때를 알고 집에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내가 해야만 하는 일. 


개미가 털려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일개 개인인 내가 판을 만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없다. 나도 그저 그런 힘없는 개미 중의 하나이다. 개미 하나 하나의 존재감이 한없이 미미하기에 개미의 승리가 꼭 다른 개미의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면 처음부터 개미가 패배하도록 설계된 판에서 이기는 개미가 나오면 나올수록 개미의 승리에 가까워 지는게 아닐까. 그리고 그 앞서간 개미들의 인도를 통해 심연의 수많은 개미들이 성공의 사다리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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