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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금택 Jan 26. 2021

내가 너의 좋은 어른이 될게

조던 스콧의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조던 스콧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동화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읽었다. 이 책은 말을 더듬는 소년의 일상과 그 일상을 겪어내는 소년의 내면을 시인인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그린 그림책이다.


누군가에게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지극히 평범한 하루겠지만, 말을 더듬는 이 소년에게 그 평범한 하루는 늘 긴장의 연속이고 두려움이며, 때로는 좌절이기도 하다.


타인이 보기엔 그저 말을 더듬는 아이일 뿐이지만, 소년의 마음속에는 누구보다 선명하고 뚜렷한 일상의 풍경과 단어들이 담겨 있다.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어떤 이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매우 흔하지만, 쉬운 말인 만큼 현실 속에서 자주 간과되고 결국 누군가는 상처를 받게 된다는 걸 이 책은 말한다.  소년은 단지 자신의 속마음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실에서 소외되는데, 이를 테면 선생님은 모두 똑같이 발표해야 한다는 말로 소년의 다름을 이해하지 않고, 친구들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소년을 싸늘하게 바라봄으로써 상처를 준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좌절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책을 통해 아이 옆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책에서 아이의 다름을 이해하는 유일한 어른은 소년의 아버지다. 소년의 아버지는 학교를 마친 아이에게 섣불리 대화를 시도하거나 질문 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그저 조용한 강을 걷는다. 강물이 흐르는 풍경을 함께 바라보면서 아버지는 아이를 격려하고 또 위로한다. “너는 강물처럼 말한단다”라고. 그림책의 마지막에서 소년은 아버지의 그 말을 빌어 이야기한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아이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아이를 성장하게 만드는 어른이라니, 얼마나 든든한가. 모든 아이에게 그런 어른이 필요하다.


우리 집에는 한창 글자를 배우고 있는 일곱 살 아이가 산다. 그리고 그 아이 또한 매일 혼란과 좌절의 감정이 피었다가 진다. 호기롭게 책을 펼치지만 대여섯 단어를 읽고 막혀버리면, 그 순간 아이의 반짝거리던 눈빛이 급하게 사그라들고 좌절의 기색이 순식간에 얼굴에 드리운다. 어떻게 할지 몰라서 성급히 책을 닫아버리던 그 순간,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자기가 가진 단어로는 표현하지 못해 답답해하던 그 모습에서 나는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의 소년과 그의 좋은 어른,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모든 아이에게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고 다시금 생각한다.


나는 세상의 치열한 일상을 마주하게 될 내 아이에게 이야기해 줄 것이다.


"아이야, 너는 강물처럼 흐를 거야. 네가 잔잔할 때나 굽이치고 부딪칠 때나 내가 너의 좋은 어른이 되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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