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향해 달렸다.

by 기몽

작년 가을 어느날, 난 홀로 군산을 향해 달렸다.


마른 시내를 돌다 인적 드문 커피숍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군산 서초등학교에 들어가 운동장에 앉았다. 이곳 운동장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보이던 모습과 달라진게 없었다. 바람이 조금은 서늘하게 느껴지던 그때의 공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특별히 그곳까지 가서 별로 다를바 없는 운동장의 돌맹이를 발로 툭툭 차며, 자기들끼리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놀이를 하는 녀석들을 우두커니 한참을 바라보았다.


개발되지 않아 옛 모습이 담벼락 낡은 페인트 마냥 여기저기 남아 있는 군산이라는 도시는 사라져가는 것들의 세련되지 않은 뒷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누군가 사랑을 나누고, 행복을 주고 받고, 미래를 꿈꾸었을 집과 운동장과 마을들이 폐기처분되어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풍경으로 바뀌길 기다리는 공간.


우리는 이 마을의 어느 낡아가는 집처럼,
어느날 빗방울 몇개로 떨어져 가는 그 녹슨 자국 처럼,
조금씩 무언가와 이별하고 있다는걸 잘 안다.


우리의 마음도, 누군가와의 약속도, 섵부른 기대와 꿈도, 그리고 인연의 끈이 굵게 매듭지어진 가족도. 역시.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걸 시간이 가면서는 이해하게 된다.


나또한 누군가에겐 그러할것임을. 그러했음을.

우리는 그렇게 변해가고 사라져 간다는걸 이해해간다는건 철이 들거나 늙는다고 표현하는 거겠지.

살아 움직이며, 화려함을 뽐내던 것들이 춥고 마른 바람에 하나둘 떨어지며, 시들어 가는 계절. 군산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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