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달력의 채찍에 괴로운 우리에게
어쩌면 살아가면서 가장 괴로운 감정 중 하나는 시간을 버리는 기분일 것이다.
시간은 게으른 계획주의자인 나에게 좀 더 엄격하다. 하루의 끝과 달력의 끝은 매번 나에게 채찍을 휘두른다. 이 효율성과 계획에 집착하는 모습은 내가 일을 그만두며 더욱 심해졌다. 나는 점점 게으른 나를 견디기 힘들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방 시계가 멈췄다. 다시 고쳐놓으려고 손을 뻗었다가 천천히 내렸다. 그 고장난 시계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다. 문득 소로의 ‘월든’에서 읽었던 구절이 떠올랐다.
"대체로 나는 시간이 가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하루는 마치 내가 해야 할 일을 덜어주려는 듯이 지나갔다. 아침이구나 하면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나의 하루하루는 어느 신의 이름이 붙은 한 주일의 어느 요일이 아니었으며, 또 24시간으로 쪼개져 시계의 재깍재깍 소리에 의해 먹혀들어가는 그런 하루도 아니었다. 나는 푸리족 인디언처럼 살았다…
나의 이런 생활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철저하게 게으른 생활로 비쳤으리라. 그러나 새와 꽃들이 가지들의 기준으로 나를 심판했다면 나는 합격 판정을 받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자연의 하루는 매우 평온한 것이며 인간의 게으름을 꾸짖지는 않는다."
그날 나는 곧바로 산촌의 한 숙박시설을 예약하고 나 홀로 ‘월든’ 캠프를 준비했다.
인터넷과 시계 없는 3박 4일을 보냈다. 핸드폰을 끄고 컴퓨터 시계도 엉망으로 바꿔버렸다. 첫날은 잠에서 깨자마자 해가 어디쯤 떠있나 확인했다. 그러다 그냥 아침을 먹었다. 시계가 없으니 언제가 식사시간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내가 배고프면 밥을 먹고, 해가 지면 잠에 들고, 해가 뜨면 일어났다. 오전에는 요가와 산책을 하고 오후에는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불과 3일 만에 내 안에 숨죽이고 있던 자연이 깨어난 듯했다. 나는 풀과 꽃처럼 해와 바람의 온도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가늠했다.
나는 영영 그날의 시간을 알지 못할 것이다. 다만 월든에서 알게된 자연의 자비만이 영원히 내 영혼에 남으리라.
사진 및 장소: 강화도 제로웨이스트 숙소 <낙토 Nak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