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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 Oct 27. 2022

29. 실패

나는 방금까지 내 인생에 더 바랄게 없었다


벌써 세 번째 면접 탈락 소식을 보고 나는 숨이 얼어붙었다. 욕이 나오기 일보 직전이었다. 마지막 면접은 정말 됐다고 생각했는데. 번호를 잘못 봤나? 나는 핸드폰 화면을 크게 확대했다. 거기에 꽉 찬 숫자는 분명히 6이 아닌 5였다.


나는 방금까지 내 인생에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선선한 가을 저녁에 드라이브를 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직장생활을 조언하고 그 앨 끌어안아주며 좋은 친구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한순간에 내 인생이 처참하게 느껴졌다. 전쟁에서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장군이 된 거 같았다. 극한의 감정에 오히려 차분해지는 나는 눈물을 쏟거나 고함을 지르는 대신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 은은한 패배감. 그 짙은 안개가 나를 감쌌다. 당장 부모님에게 할 말도 없고, 친구들에게 부끄러웠다. 무엇보다 나를 용서할 수 없을 거 같았다. 자리에서 좀체 일어날 수 없었다.


문제는 지나친 자신감이었을까? 


나는 가끔 나의 지나친 자신감이 문제임을 알고 있다. 다만 세상은 한 쪽에서는 자신감을 가지라, 또 반대편에서는 네 주제를 알라고 소리치는 알쏭달쏭 한 곳이다. 이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이 가득한 사람의 문제는 면접에서 재수가 없다는 것이지만, 장점은 그래서 실패에 강하다는 것이다. 


애석하게 내 머릿속은 슬퍼하는 와중에도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팽글팽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 잘 됐어. 거기 월급도 적었는데.” “지금까지는 오케이, 연습이었지.” 그리고 떠오른 생각. “하나님이 더 좋은 것을 준비해놓으셨을 거야.” 순간 내 실패가 운명이었다 우기는 것 같아 동의할 수 없었지만,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봤자 좋을 것이 하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신념이든 자신을 긍정적으로 지탱하고 있다면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믿을만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실패 뒤 언제나 더 아름다운 성공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믿을 준비가 되어있다. 이것이 나의 실패에 대한 신념이다.


온갖 힘을 쓰지 않아도 너는 된다. 될 사람은 된다. 너는 된다.


사진: 올라퍼 엘리아슨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여정>,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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