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점이 뭔 줄 알아? 일단 뽑으면 보여줄게
‘나의 장점과 단점을 그 이유와 함께 서술하시오.’
나는 깜박이는 노트북의 커서를 바라보았다. 퇴사를 하고 나면 자소서를 다시 써야 한다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닌데 후회가 밀려왔다. 이렇게 열심히 쓰면 과연 그들은 읽기나 할까? 출제자의 의도는 무엇인가? 정말 나의 장점과 단점이 궁금한 걸까? 어느 날 봤던 유튜브에서 말했다. “어떤 질문도 그 답은 자기 PR로 끝나야 합니다. 그게 비록 단점을 묻는 질문이더라도요.”
그래서 면접 질문에는 대답이 아니라 정답을 말하게 된다. 면접에서 가끔 묻는 질문이 있다. ‘상사가 부당한 일을 지시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친구들은 다양한 답변을 내놓는다. 직장을 그만둔다, 상사와 대화한다, 회사 인사팀에 고발한다, 경찰에 신고한다 등…
하지만 나는 이 질문의 정답을 안다. 바로 도덕적이나 윤리적으로 부당한 일이 아닌 업무적으로 부당한 일은 참고 견딘다는 답이다. 신입은 그 지시가 부당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은 이 답을 들으면 얼굴을 꾸기지만, 면접관들은 언제나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력서와 자소서를 쓰는 본질적인 의미는 나와 그 회사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인데, 어느새 글을 쓰다 보면 나는 전혀 다른 인간이자 쭈글쭈글한 을이 되어있다. 나 정도면 괜찮은 신입 아니야? 생각하며 자신감을 가질라치면 주변에 열정과 넘치는 스펙을 가지고 힘차게 살아가는 또래가 너무 많아서 할 말이 없다. 우리 다 같이 좀 대충 살면 안 될까? 그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말리고 싶다.
솔직한 나 자신을 보여줘도 나를 존중해줄 수 있는 회사에 가고 싶다.
저는 글 쓰는 걸 좋아해요. 대신 조금 장황한 편이 있죠. 낯을 많이 가려서 능글맞은 신입 역할은 못합니다. 그렇지만 일 처리를 참 잘해요. 어떤 일을 아주 작은 아이디어부터 시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만 뒷심이 조금 부족해서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는 완벽하지도 그렇다고 멍청하지도 않은 1인분의 역할을 해내는 아이인데요, 믿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