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 요즘 어떻게 지내?" "몰라. 연락 끊긴지 오래야."
우리는 종종 친구를 잃어버린다.
분명 싸우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곁에 있던 친구가 사라져있다. 주변에 수소문을 해본다. “걔 요즘 어떻게 지내?” 다들 어깨를 으쓱하며 되려 나에게 묻는다. 내가 가장 친하게 지내지 않았냐면서.
이렇게 몇 명의 친구를 잃어버린 후 그 징조를 몇 가지 꼽을 수 있게 되었다. 친구가 재수에 삼수를 거듭할 때, 다른 친구들이나 연인과 지내는게 더 행복해 보일 때, 그리고 서로의 일상이 너무나 달라져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 이 중 어떤 것도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다.
어느 12월, 가로수길에서 오래된 친구와 간만의 만남에서 세 번째 징조를 느꼈을 때, 내 마음은 충격으로 가득했다. 십 년이 넘는 시간과 모든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였는데, 완전히 다른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던 우리 둘의 대화는 계속해서 뚝뚝 끊겼다. 아직 해가 밝았지만, 우리는 빠르게 자리를 파했다. 대충 친구를 배웅하고 눈이 소복이 쌓이기 시작한 거리를 걷는데 어쩐지 서러워 마음이 아려왔다.
며칠 후 학교 선배를 만나러 한남동에 갔다. 어둑해진 겨울밤, 크리스마스가 지났지만 흘러나오는 캐럴과 포크가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가냘프게 흔들리는 촛불들 사이로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왔다. 나는 선배에게 나의 문제를 고백했다. “언니, 저는 계속 친구를 잃어버려요.” 언니의 눈을 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 언니도 잃어버리겠죠.’
위로 대신 선배는 라이프 스테이지, 그러니까 인생의 단계에 대해 말했다. 인생의 단계가 다른 사람과는 당연히 멀어질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 다시 인생의 단계가 서로 맞아떨어지면 잃어버린 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니 애쓰지 말라고.
그 친구와 다시 만난 건 몇 년 후 취업을 앞두고였다. 우리는 유월 어느 주중 점심, 한가한 낙곱새 식당에서 허공을 바라보며 답이 없는 서로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럼에도 어쩐지 실없는 웃음이 난건 내가 잃어버렸던 친구를 찾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