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사랑하는게 쉽지가 않다
영원하지 않은 것을 애정하는 일이 나에겐 참 어렵다. 언제나 시작점 앞에서 끝을 가늠하며 사랑을 주는 나에게 우리 집 고양이는 어쩌면 애정하기 가장 곤란한 대상이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십 년 안팎인데, 우리 집 고양이 이바는 올해 7살이 되었다. 어느 여름 날, 언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했던 나에게 아빠는 눈이 땡그랗고 빼빼 마른 페르시안 친칠라를 가져다주었다. “Eva. 이바라고 불러야겠어.” 그 애는 그렇게 우리 집 고양이가 되었다.
다만 내가 처음부터 다짐했던 것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은 고양이에게 너무 많은 애정을 쏟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바를 딸이 아닌 룸메이트라고 칭했다. 나의 사랑스러운 룸메이트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다정한 고양이가 되었다. 내가 외출을 하고 들어오면 마치 강아지처럼 나를 마중 나와있고, 항상 내 발치에서 잠이 들었다. 가족들 사이에서 함께 TV를 보고, 조금만 쓰담어줘도 곧바로 골골거리며 행복해했다.
나의 친구가 더욱 다정해질수록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 너무 많이 사랑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러다 일이 터졌다. 올해 이바가 병원에 가고 수술을 한 것이다.
10%의 사망률이 존재하는 이바의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내려왔는데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정을 주지 않기로 애썼는데도 이 정도라면 나는 영원하지 않은 것을 힘써 사랑할 땐 어떻게 무너지려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바는 수술을 잘 마쳤다. “이바.”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덜 풀려 바닥에 힘없이 누워있던 고양이는 내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 넘어지고 비틀거리면서도 내 앞으로 걸어왔다. 그 애는 그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나를 사랑했다.
몇 주가 지나자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내 옆에 동그랗게 똬리를 틀고 누운 따뜻한 고양이를 만졌다. 오늘 따뜻한 고양이에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며 침대에 누워있는데 눈물이 조금 났다. 겁내지 말고 오늘 충실히 사랑하자. 그 애는 나에게 영원하지 않은 것을 사랑할 용기를 가르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