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들어,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나는 몇 년 전부터 이미 사색을 멈추었다.
내가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쓰고 작가등록이 완료되었던 적이 언제였지 하고 생각해 보았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적어도 대학생 때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 학교 생활에 조금 더 집중하고, 캐나다를 다녀오고, 취업을 하면서 혼자서 사색하고 그 생각을 글로 옮겨 담지 않았었다.
바쁘다는 핑계는 사실 최고의 핑계였다.
실제로 당시 나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했었다고 단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아무 먼 옛날에 내가 쓴 글들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았다.
적어두기만 하고 공개하지 않았던 글들, 다시 읽어보기 공개하지 않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겉멋만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래도 지우긴 해야 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 보니 어느새 서른에 접어들었다.
20대를 요약해 보자면 내 나름대로는 평탄한 20대였다고 생각한다.
대학생활을 했고 휴학을 했으며 졸업을 했고 취업을 했다.
이런 식으로 요약하는 걸 누가 못할까 싶지만은 굳이 요약을 하자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누군가의 10년을 요약하기는 불가능하고 나도 요약이 안 되는 내 지난 10년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 선택은 대부분 내 마음이, 내 몸이 조금 더 편한 방향이었지만, 가끔씩은 내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그 선택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적고 있자니 정말이지 발전이 없구나 싶다.
그래도 몇 가지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적어도 나라는 사람에 관한 것인데 사실 많은 사람에게 통용되는 관용적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굳이 나누자면 20대 중반 전 후로 많이 바뀌었는데, 20대 중반 이후부터는 감정소비를 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도 노력한 것 같다.
20대 초반에는 패션 관련 대외활동을 했었다. 나는 옷을 잘 입는 편이 아니었고, 단지 사진 찍기를 좋아했었다. 사진에 대한 열의 하나만으로 지원했고 합격하여 살면서 한 번이나 만나볼 수 있을까 싶은 사람들과 교류했다.
그 집단 안에서 나는 철저히 을이었다.
제대로 놀 줄 모르고, 분위기는 분위기대로 깨고,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었다.
실제로 "걔는 옷을 너무 못 입어."라는 말이 다른 사람을 통해 들려왔고, '누구랑 누구랑 잤네 어쩌네'같은 주제로 떠드는 술자리에서 "에이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라고 말했다가 "너보단 내가 걔를 더 잘 알지 않을까?" 같은 말도 면전에서 대 놓고 들어보았다.
이것 말고도 상처가 되는 말들을 꽤나 들어왔는데 당시의 난 사람을 손절하는 법을 몰라 그런 말을 듣고도 어찌할 줄을 몰랐었다.
사실 "아 그렇지." 하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내가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하기도 했었고, 타인에 눈에는 내가 별로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나의 미숙함과 더불어 스스로 불협화음을 자초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나로 하여금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했다.
타인을 배려하되 공감하지 않고, 선을 넘는 것 같은 발언과 오지랖으로 비칠 수 있는 언행을 조심하려고 했다. 그렇게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법을 터득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그렇게 약간은 개인주의적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조금은 매정한 사람, 감정이 없는 사람이었다가 요새 들어서는 현실주의자, 논리적인 사람, 이성적인 사람이 되었다.
공감능력은 학습되었고, 특정상황에 적절한 처신이 어떤 것인지 배워갔다.
20대의 나는 착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좋은 사람이고 싶었고 상처받기 싫어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30대가 된 나는 조금 나아졌을까?
잘은 모르겠다. 지난여름, 29살의 가을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한 사람이 내게 물었던 기억이 있다.
"Kyle님은 본인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이 질문에 나는 고민을 조금 해 보았으나 되게 횡설수설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내가 나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서 고민을 안 해봤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내가 저 질문을 받으면 아마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
"저는 눈치도 빠르고 상대방이 하는 말에 무슨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잘 파악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발언을 별거 아닌 것처럼 그냥 넘겨버리는 거 같아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 모습은 '그 의도가 담긴 말'을 한 사람에게는 눈치가 없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알고, 그 사람이 의도하는 대로 흘러가 줄 생각이 없어요. 그게 '내게 상처를 줄만한 말'이었다면 더더욱 말이에요."
나는 지금도 가끔씩 굳이 안 해도 될 만한 말을 하곤 한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만은, 나는 이럴 때마다 꽤나 큰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보통은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과를 하려고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간혹 있다.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그렇게 들렸을 수도 있겠구나'싶은 상황과 내가 분위기에 휩쓸렸다는 사실을 집에 와서야 눈치챘을 때다.
이경우 개인적으로 뒤늦게 사과하기가 어렵다. 해야 한단 걸 알고 있지만, 어쩐지 그렇다.
나는 아직 좋은 사람은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