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음악
2월은 뭐랄까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온 세상이 나를 억까하는 느낌이었다.
너무너무 힘들었고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진 한 달이었다고 정의해 보자.
다 그만두고 싶은데 정작 그만둘 용기는 없다.
어떻게든 내가 떠안아야 하는 문제들.
나는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끊이지 않던 2월.
이렇게 혼란스러우니 가슴 한 켠에 묻어뒀던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불현듯 떠올랐다.
고등학생 때는 mp3에 음악을 넣어서 쉬는 시간이나 자습시간에 들으면서 공부하곤 했다.
당시에도 스트리밍은 있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나는 어쩐지 mp3파일을 직접 다운받는게 좋았다.
(지금도 계속 네이버뮤직 월 30건의 다운로드+무료 스트리밍 이용권을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아무튼 내 음악 취향은 뭐랄까,,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건 없다.
나는 보통 인디뮤직을 좋아했는데,, 노리플라이, 랄라스윗, 넬 같은 현재는 메이저 가수가 되어버린 가수들의 음악을 좋아하곤 했다.
아무튼 나는 당시 mp3(yepp)로 점심시간마다 3.5파이 단자에 연결해서 교실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았는데 선곡은 내 취향대로였다.
여기서 O라는 친구가 등장한다. 이제는 더 이상 연락하지 않지만, O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나와 같은 반이었고, 나와는 성향이 많이 달랐다. 내 주변 친구들은 너네는 그렇게 성향이 다른데 어떻게 계속 친구이냐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아무튼. 결론만 말하자면 이 친구는 당시 내가 듣는 음악들을 소위말해 '게이음악'이라고 지칭했다.
당시 나는 O랑 싸울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어쩌라고' 하는 식으로 넘어가곤 했다.
딱 한번 O가 '오~ 오늘 선곡은 좋네' 했을 때가 있는데 그게 W&Whale의 RPG Shine이었다.
이제 와서 이게 왜 생각났는지는 모르지만, 정신력이 바닥을 치니 기분 나쁜 과거의 기억까지도 스멀스멀 기어 나와 나를 열받게 했다.
지금 O에게 찾아가 이때 얘기를 하면 무슨 표정을 짓고 무슨 말을 할까.
여기까지 생각나버리니 우습게도 기분이 조금 괜찮아졌다.
지금 내 상태가 대체 어느 정도로 위태로운지 조금 명확해졌다. 지금 내 꼴이 말이 아니구나.
지금이 확실히 인생의 암흑기 뭐 그런 거구나. 아홉수가 일 년 늦게 찾아왔구나 싶은 그런.
나는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서 이겨내는 걸 선호한다.
사실 내가 힘들 때는 주위에서 어떤 좋은 말을 해도 달갑지 않게 들리곤 한다.
최대한 티 내지 말고, 잘 갈무리해서 이겨내야 한다. 해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