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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인춘 Nov 09. 2020

남편이라는 존재,
하루는 밉고 하루는 안쓰러워

부부라는 것 <2>

시쳇말로 한 때는 내 눈이 미쳐 돌아갔던 남자였다.
부모님과 주위에서의 온갖 만류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용감하게 대시를 해서 낚아챈 남자였다.
남자 역시 물불 가리지 않고 나를 사랑으로 감싸 안았다. 


흔히들 그런다.
사랑에는 유효기간이라는 게 있다고...
결혼 10년 차.
우리는 벌써 그 유효기간의 마지막 장을 부여잡고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편은 하루가 다르게 거칠어지고 있었다.
잘 다니던 회사에서 명예퇴직 권고에 시달렸고
때마침 병석에 누워있는 부모들의 신음소리까지 못 견뎌했다.
그로 해서 죄 없는 술로 자신을 얽어매어 조이고 있었다.
집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은 까맣게 잊었다.
그 남자는 가슴속으로 울고 있었다. 


하루는 남편이 죽도록 미웠다.
또 하루는 그 남편이 안쓰러워 주방 쪽으로 돌아서서 꺼이꺼이 울었다.
내 몸으로 그를 깊게 안아 보듬어줘야 한다고 연민의 정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내 몸은 1센티도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누가 여자를 보고 카멜레온이라 했던가?
그렇다. 카멜레온...
나는 스스로를 버리고 싶은 카멜레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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