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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인춘 Nov 11. 2020

옆집 남자 부러워말자,
내 남자 패닉에 빠진다

부부라는 것 <3>

“자기야, 내 고교 동창 윤재 알지? 알고 보니 짜식이 봉하나 물었어.
 외 이프네 친정 재산이 보통이 아닌가 봐.
 이번에 차를 바꿨는데 와이프가 천만 원을 보태더래.... “
 

“문영이 그 녀석도 마누라 복은 있어서...
 주제에 글쎄 이번에 50평대 아파트로 바꿔 탔데?
 마누라가 꼬기꼬기 모아놓은 돈 풀었다고 하더라고.... “
 

“군포 사는 광진이 알지?
 요새 뽀대가 훤 하길래 뭘 먹었냐고 물었더니 모두 제 처 덕분이래.
 아침저녁으로 보약 먹느라고 죽을 지경이래.
 누굴 약 올리나, 병신~! “


회시에서 퇴근하고 집에 들어온 남편이 저녁 식탁 앞에서
이런 소리를 노래 부르듯이 하면 아내들이 기분 좋을 리 없다.
당연한 소린가?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남편들은 아내 앞에 서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괜한 아내의 비윗살 건드릴 필요가 없을뿐더러
그리고 남자라는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도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결혼한 여자들에게 부탁한다.
출근하는 남편이나 퇴근하는 남편에게
무심코라도 제발 이웃집 남편이나 친구 남편 이야기는 하지 말자.
그런 여자들의 십팔번 세리프는 대게 이렇다.


“1405호 옆집 남자 말이야. 이번 달 보너스 엄청나게 탔나 봐
 어제 엘리베이터에서 와이프를 만났는데 온몸이 번쩍번쩍하잖아...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손가락 펴 보이며 명품 백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자랑하느라 정신없었어... “
 

“순자, 어제 전화 왔는데 이번 주 토요일에 별일 없으면 만나재.
 자기가 사는 강남에 유명 브랜드 샵이 어제 오픈했는데 쇼핑이나 하지고...
 만날 집안 구석에 처박아 있지 말고 눈팅이라도 해보라고... “
 

“○○백화점 세일 시작한다는 데 당신 이번 휴일에 같이 가볼까?
 뭐 꼭 사겠다는 것은 아니고 대충 유행이
 어떻게 돌아간다는 거는 알아야 말 빨 선다니까 “


한 번도 이런 말 하지 않은 여자들 있으면 이 자리에서 말해봐라.
뭐라고 야단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마음속으로라도 이런 말 한번 해봤으면 하고 벼르지 않았을까?
나쁜 생각이라고 탓하는 게 아니다.
여자들의 생리가 원래 그렇게 생겼으니까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나는 절대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고
한 번도 남편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우기면 할 수 없다.
그것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
시치미 떼는 대는 여자들은 도사니까 말이다.


자, 본론으로 들어가자.
남자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불쾌하고 듣기 싫은 소리는
바로 아내로부터 남의 남자 잘난 타령을 듣는 것이다.


밤늦게 술 취해 들어오는 남자들 밖에서 편히 술 먹는 줄 알고 있으면 착각이다.
쓴 소주 목구멍에 처넣으며 한 마디씩 하는 말들이 있다.
어디서 돈벼락 맞아 내 마누라, 내 새끼들
번들거리게 해주고 싶다고 절규들을 하고 있다.
사나이 태어나서 나는 왜 남들처럼 번듯하게 살지 못할까?
왜 내 마누라 번쩍번쩍하게 채려 주지 못할까?
왜 코딱지만 한 아파트에서 대출이자 갚으며 헐떡대고 있을까? 

그만하자.
끝도 한도 없다.
남자들 스스로 패닉에 다 빠져있다.
은근슬쩍이라도 절대로 이런 말은 하지 말자.
내 남편 기 죽여서 좋은 일이 뭐가 있나?
남자는 여자의 사랑을 먹고사는 동물이다.
출근하는 남편의 등을 손바닥으로 툭 치면서
“당신 참 멋진 남자야! 자, 아자! 아자! 파이팅하는 거야!”


내일 아침에 이렇게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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