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의 사랑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가 30대 중반에 찾아왔다. 나름대로 인생의 굴곡을 겪어왔지만, 이번에는 정말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긴 듯한 느낌이었다. 살고 싶지 않았다.
가장 행복할 때는 소중한 것들이 보이지 않아 소홀히 했지만, 가장 불행할 때는 오히려 소중한 것들이 선명히 보였다. 그것은 바로 내 가족이었고, 그저 나만 곁에 있어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내야 했고,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했다. 그래서 3년 동안 절에 들어가 세상과 단절한 채 모든 서적을 읽고 쓰는 시간을 보냈다. 고졸에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던 나는 매우 고통스럽고 외로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혜를 얻었고,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게 되었다. 고독해서 가족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중지 손가락에 굳은살이 배기고, 수백 개의 펜을 다 쓸 때까지 편지를 썼다. 그렇게 가족에게 마음을 전하며,가족의 사랑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3년 뒤 세상에 다시 나오면서 가족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아들아, 난 너만 있으면 돼. 다른 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 널 무조건 믿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오빠, 난 오빠를 존경하고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러워. 사람들이 오빠를 다 싫어해도 나한데 가장 소중한 가족이야."
내가 눈물로 어두운 밤을 지새울 때, 내 인생의 등불을 비춰준 것은 가족의 사랑이었다. 인문학에 대해 무지했던 내가 책과 가족의 사랑만으로 그 힘든 여정을 버텼다.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것들을 소홀히 한다. 조건 없이 무한정 주는 사랑에 흥미를 잃고, 더 아름다운 것들을 찾으려 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었고, 후회하지만 이제는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가까운 사람은 말이 없다.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사랑하기에 모든 걸 들어주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 사람은 말이 많다. 날 잘 모르고, 사랑을 모르기에 사랑해 달라고 모든 말을 한다.
다시 세상에 나오니, 더 아름다운 것들이 도처에 파도처럼 넘친다. 모두가 날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그러나 이제 그 거리가 먼 것임을 인정하고, 다시금 돌아보며 가족에게 전화 한 통, 카톡 한 통씩 한다.
"우리 가족 사랑해요. 늦었지만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할게요."
평생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이 왜 그렇게도 어색했는지 모르겠다.
이제 우리 가족은 나로 인해 매일 '사랑해'라는 말을 주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