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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쓰김그 May 12. 2021

[파리 한 컷]다리 밑 텐트 집

벡시(Bercy) 다리 밑 줄지어 늘어선 텐트 집.

'고정된 거주지가 없는' 자들이란 불어 뜻을 가진 SDF(에스데에프, 걸인)들이 다리 아래 텐트를 지어 생활하고 있는 곳인데 끝없이 늘어선 텐트 집들을 보니 새삼 파리에 걸인이 많다는걸 다시 한번 느낀다.

특히나 요즘 들어 더 체감하는 것이 동네에서 사람들이 많은 시장 거리 백 미터만 걸어도 구걸하는 사람을 대여섯 명은 쉽게 만날 수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길거리에서 구걸 하거나 잠을 자는 사람들을 보면 복잡한 생각이 든다. 각자의 사정을 가늠할 수 없기에......

다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혹시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직장을 잃고 집을 잃게 된 사연들이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나도 코로나로 인해 작년에 직장을 잃었을 때, 그리고 한동안 봉쇄령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때, 집에만 있으면서 새하얗게 세어가는 흰머리카락들을 보며 삶이 주는 공포감에 짓눌리듯 살았다. 조금 더 오바하자면 '이러다 길거리에 나앉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까지 미치자 몇 개월동안 정말 아무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지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의 나로 돌아왔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그렇게 안 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끝없이 늘어진 텐트 집들이 가슴 한편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센느(seine) 강변을 따라 걷다가 본 다리 밑 풍경에 작년 기억까지 떠올라 주저리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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