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애호가의 이탈리아 정통 까르보나라 같은 글

책 <테이스트> _ 스탠리 투치

by 강가든


나는 요리에 별로 관심이 없다. 먹는 것에도 보통은 별 관심도 욕심도 없고, <흑백 요리사>는 곧 보리라 생각만 여러 번 했지 아직 보지 않았다. 하지만 맛있는 것을 먹는 것 그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면 요리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을 것 같은 게, 유튜브에서 꽤 간단하지만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나 특히 디저트 등 나중에 시도해보고 싶은 레시피는 저장해 놓기 때문이다. 즉, 매끼를 맛있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면 요리에 관심이 많았을 것 같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었다면, 거기에서 더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글을 써본다든가.


스탠리 투치가 딱 그런 사람인 듯하다.

난 그가 이탈리아 가정에서 자랐고 요리를 좋아하며 최근에 암투병을 한 적이 있다는 것 정도를 알고 있었다. 검색을 해 본 기억은 없는데, 지금까지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나서 인터뷰나 기사 등을 찾아보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다. 특히 영화 <빅 나이트>를 최근에 봤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가 요리에 관심이 아주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가볍게 알고 있던 이 정보가, 그에 대한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테이스트: 음식으로 본 나의 삶 _ 스탠리 투치 (이콘)


중요한 건, 그의 요리와 음식을 향한 애정이 본격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요리법이나 먹는 법에 관한 취향을 적극적으로 외치며 음식 애호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그가 연기한 까칠하지만 열정적인 몇 캐릭터들이 떠오른다), 영화에 관한 애정을 말하거나 기억 속 대화를 재구성해 대본 형식으로 보여줄 때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잠깐 잊고 있던 영화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또, 중간중간 소개하는 그 또는 주변 사람의 레시피는 물론이고, 전체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또 그의 집에서 여러 영화 촬영장과 레스토랑 등을 훑는 전체적인 내용에서 그의 맛 애호가적 면모가 진하게 느껴진다. 마치 (먹어보진 않았지만) 이탈리아 정통 까르보나라 레시피를 읽기만 해도 그 진한 농도가 느껴지는 것처럼. 그래서인지 글이 맛있다.


그는 최근 암투병을 하며, 한동안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배에 호스를 꽂아야 하는 시기도 있었고, 그 시기가 지나고도 몸 자체는 물론이고 미각도 너무 예민해진 탓에 식사는 조심스러워야 했다. 이제 몸을 회복하고 오히려 나쁜 습관도 버리게 된 그는 이 암투병에 관한 이야기를 한 이유를, 음식은 그의 큰 부분을 넘어 그의 전부임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글을 읽으며 나도 그걸 느낄 수 있었기에, 앞으로 그가 음식을 주제로 할 다른 무언가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 흑백요리사를 틀어보기로 한다. (… 그때에도 보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다면, 이라는 말로 안 볼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겠다.) 나는 스탠리 투치 같은 사람이 아니니 보는 걸로 만족감은 끝나겠지만, 혹시 모른다. 곧 저장해 둔 레시피를 시도해 보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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