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목요일)
지역마다 뭔가 다른 게 있긴 한 것 같아.
어렸을 때 사촌 집에 간 기억이 났어.
아마도 경기도의 아파트였는데,
아직 그때의 기억 중 몇 조각은 선명하게 남아있단 말이지.
별건 아닌데 왠지 모르게 남아있는 그런 기억 있잖아.
근데 며칠 전에 가까운 아파트 단지 안으로 산책을 갔어.
-산책할 곳이 거기밖에 없거든. 가려고 생각해 놓았던 공원이 공사 중이야. 말이 돼?-
그 아파트 단지 안의 아파트를 보면서,
그때 그 사촌 집으로 놀러 갔을 때의 장면이랑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는 거야.
그러면서 나는 여기가 경기도라는 걸 떠올렸고, 그다음으로는
이런 게 지역이 공유하는 뭔가 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
어떤 공간들에서 느껴지는 게 다 다르잖아,
그런 건가?
지역이라는 큰 기준으로도 느껴지는 게 다를 수 있는 건가.
아마 내가 다른 지역 사람이라 그런 것 같아.
이방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거지.
다른 지역 사람이, 내가 몇 주 전까지 쭉 살던 우리 동네로 오면
지금의 내가 낯선 지역, 이곳에서 느끼는 이런 걸 느끼려나.
나는 지금 이렇게 다른 장소에 있어.
낯선 장소야.
살면서 이런 식으로 낯선 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 신기해.
갑자기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
낯선 곳에서 뜬금없는 기억이 꺼내진다는 것,
모든 걸 불안해하는 내가 생각보다 편안하게 살고 있다는 것도 다 신기해.
근데 정확히 얼마나 여기에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결정을 못하겠어.
아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계속 고민할 거야.
그래도 꽤 평화로워.
다행이지.
또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