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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든 May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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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목요일)



지역마다 뭔가 다른 게 있긴 한 것 같아.


어렸을 때 사촌 집에 간 기억이 났어.

아마도 경기도의 아파트였는데,

아직 그때의 기억 중 몇 조각은 선명하게 남아있단 말이지.

별건 아닌데 왠지 모르게 남아있는 그런 기억 있잖아.

근데 며칠 전에 가까운 아파트 단지 안으로 산책을 갔어.

-산책할 곳이 거기밖에 없거든. 가려고 생각해 놓았던 공원이 공사 중이야. 말이 돼?-

그 아파트 단지 안의 아파트를 보면서,

그때 그 사촌 집으로 놀러 갔을 때의 장면이랑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는 거야.

그러면서 나는 여기가 경기도라는 걸 떠올렸고, 그다음으로는

이런 게 지역이 공유하는 뭔가 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

어떤 공간들에서 느껴지는 게 다 다르잖아,

그런 건가?

지역이라는 큰 기준으로도 느껴지는 게 다를 수 있는 건가.


아마 내가 다른 지역 사람이라 그런 것 같아.

이방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거지.

다른 지역 사람이, 내가 몇 주 전까지 쭉 살던 우리 동네로 오면

지금의 내가 낯선 지역, 이곳에서 느끼는 이런 걸 느끼려나.


나는 지금 이렇게 다른 장소에 있어.

낯선 장소야.

살면서 이런 식으로 낯선 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 신기해.

갑자기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

낯선 곳에서 뜬금없는 기억이 꺼내진다는 것,

모든 걸 불안해하는 내가 생각보다 편안하게 살고 있다는 것도 다 신기해.


근데 정확히 얼마나 여기에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결정을 못하겠어.

아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계속 고민할 거야.


그래도 꽤 평화로워.

다행이지.


또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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