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도 연장전이 있다
1990년 안양의 한 극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결혼한 해 안양에서 전철로 서너 정거장쯤 반월 방향으로 떨어진 시골마을 빌라에 살던 때였다.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아내와 시간에 관계없이 내키면 어디든 가곤했는데 그날은 늦은 밤 영화를 보러 안양으로 나왔었나 보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 영화관으로 갔었다.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는데 보고 싶었던 영화의 심야상영 시작이 이미 지났던 것이다. 영화가 이미 시작했다는 매표소 직원의 말에도 기왕 나온거 그냥 보자 하면서 극장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야 알게 되었다. 극장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평소에는 잘 앉지 않는 극장 중간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고 있었다. 영화를 마음에 담으며 아쉬움을 달래고 일어나려는 순간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영화가 다시 상영되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한 마음은 잠시 접고 놓친 앞 부분을 그렇게 마저 채워 보았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심야영화 연장 상영의 10분 쯤 지나 영화를 보기 시작한 부분까지 봤을 때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영사기 불빛이 나오는 창 너머 한 그림자에게 작은 인사를 하고는 극장을 나왔다.
이후 영화를 보고 일어날 때 쯤에는 무의식적으로 영사기가 있을 만한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 버릇이 생겼다. 그때 한 신혼부부에게 영화로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을 선물한 그 분에 대한 마져하지 못한 인사를 하고 싶다. 그리고 안양출신이라 말하는 연예인에게는 이유없이 정이 가고 가끔 텔레비젼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K리그 2부 프로축구 경기 속 안양팀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