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국가의 병사

세계시민권을 제안한다

by 강하단

이웃 나라를 무력으로 침공한 국가의 국방의 의무를 지는 군인이라면 어떨까 잠시라도 생각해 보자.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군인, 그것도 직업군인이 아니라 국방의무를 지는 의무병사 말이다. 군인으로 복무하고 있는데 하필 그때 국가가 국민이 허락하지 않은 이웃나라 침공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지옥이 있다면 아마 이런 것일듯 하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제 곧 1년이 다 되간다. 텔레비전에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역사와 정치상황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전쟁 발발 배경을 들으면 그런가 보다 하다가도 현대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저 의아하기만 하다. 전쟁을 일으킨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내부에서의 인기가 높다고 하니 전쟁의 명분을 쌓아 국민의 신임을 얻은 것이 분명하다. 국민을 잘도 속인 것이다. 그것이 영토분쟁, 자원과 에너지쟁탈 이든지 비이성적, 비인간적 전쟁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을 보면 그저 놀랍고 정치권력의 힘과 잔인성을 또 한번 깨닫게 된다.


내가 만약 러시아 의무병이라면 소원이 하나 있을듯 하다. 의무병은 위험에 처한 국가를 지킬 국방의 의무를 지지만, 그 의무가 다른 국가를 침공한 전쟁에 참전해야 하는 의무는 아닐 것이다. 물론 전쟁이 끝나고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큰 바램이겠지만 한 명의 의무병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세계는 해 줄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1년 전 전쟁이 발발했을 때 군복무 중이었던 또는 징집을 받은 러시아 의무병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러시아 국적을 잠시 포기하고 “세계시민”이 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는 것이다. 이는 망명 또는 도피가 아니다. 온 세계 모든 국가와 사람들로부터 권한을 인정받는 시민권이다. 이 “세계시민권”을 받은 사람은 한시적으로 전쟁 중인 러시아 국적을 정당하게 포기할 수 있으며 세계 어떤 나라로도 갈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난민이 아니라 모든 다른 국가의 시민이다. 그들에게 세계시민 여권과 함께 체제비가 지급된다. 전쟁이 끝난 후 전쟁을 일으킨 권력이 사라진 이후에 다시 러시아 국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전쟁의 폭력과 상처는 아무런 선택권없이 전쟁에 참전해야 하는 의무병에게도 예외가 없고 오히려 더한 깊은 마음의 상처를 갖게 한다. UN 등 국제기구가 중재 또는 힘을 합쳐 비인간적 전쟁을 해결하는 동안 수많은 민간인과 의무병들은 살해 당하고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전운이 감돌 때, 세계는 전쟁을 일으킨 국가의 의무병들에게 공식적으로 세계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 수많은 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질 위험을 여전히 안고 있는 미래를 바꾸는 작지만 가장 현실적인 해결방법이다. 이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