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데”였던 롯데자이언츠의 “기세”
“봄데”였던 롯데자이언츠의 “기세”
2023년 봄 롯데자이언츠의 기세가 심삼찮다. 자이언츠 경기 중계방송을 보다보면 “기세”란 글을 들고 흐뭇한 표정짓는 자이언츠 팬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범경기 때만 잘하다 정작 정규시즌 시작하면 추락하는 패턴을 반복하던 자이언츠가 이번에는 늦봄까지 그 위력이 이어지고 있어 팀 역사상 거의 처음으로 “기세”란 기분좋은 수식어까지 붙여졌다. 부산 팬들은 이러다 다시 돌아갈까 걱정하는 마음 반, 이번에는 “정말” 하는 마음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2022년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은퇴했다. 팀이 힘들 때면 의지하고 구심점이 되었던 그가 이제 없다. 은퇴식에서 그는 구단의 모기업 회장에게 팀을 위해 투자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래서였을까 2022년 시즌이 끝난후 스토브리그에서 자이언츠는 포수 유강남, 유격수 노진혁을 영입했다. 이들이 대형스타라서 반가운 것이 아니라 팀의 아킬레스를 드디어 없애는 역할을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기존 포수와 유격수 선수들이 모자라다는 뜻이 아니라 이들이 옴으로써 비로소 경쟁체계가 완성되었다는데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의문이 아직 풀리지 않는다. 팀의 중심 대형스타가 은퇴하고 팀의 아픈 상처를 조금 치료했다고 지금의 “기세”를 일으킨다? 그것은 아닐 것이라는 판단이다.
팀의 대형스타 “조선의 4번타자”가 은퇴했고 아킬레스 가렸다고 “기세”가 만들어 지지는 않는다
이대호를 이을 거포로 기대하는 한동희는 아직 부진의 늪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5월 들어 조금씩 살아난다고 하지만 아직 기대만큼은 아니다. 5년 장기계약으로 롯데맨으로 자리잡은 안경 에이스 박세웅, 작년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던 반즈도 시즌 초반 부진했다. 그럼 도대체 자이언츠의 “기세”는 어디서 생겼는가?
롯데자이언츠의 기세는 “거인”을 포기한 팀워크를 팀원 모두가 몸으로 체득한 결과처럼 보인다. 자이언츠 “거인”이 강팀일 때 늘 걸출한 거인이 있었다. 84년, 92년 두번 우승할 때 그곳엔 최동원, 염종석이란 거인이 있었다. 그리고 이후 고전하면서도 자이언츠는 늘 거인의 존재를 기다려 왔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대신 반전이 하나 생겨났다. 조선의 4번타자가 은퇴한 자이언츠는 이제 비로소 거인없는 강팀을 꿈꿀 수 있게 되었고 팀이 강해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은듯 보인다.
“거인” 스타급 선수가 이끄는 야구를 접고 팀 전체가 만든 거인을 택하다
사막의 모래바람 처럼 휘몰아칠 때 “기세”라 부른다. 일당백의 영웅이 앞서 팀을 이끌 때는 스타가 이끄는 강팀이라면 롯데는 스타급 선수, 각종 기록 랭킹에서 선두권 없는 묘한 전력으로 기세를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각자의 팀에서 방출되어 야구장을 떠나야 했던 방출 3인방 김상수, 윤명준, 신정락은 지금 팀의 기세형성에 자신들의 온 몸을 던지고 있다.
최동원선수가 던진 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은 지금 “기세”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자이언츠 팬들은 “기세”에 행복하다. 그리고, 오랜 팬들은 아픈 기억하나를 떠 올린다. 고 최동원선수에 대한 기억이다. 위대한 거인이었던 그가 팀에서 방출되었던 가장 큰 이유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사랑하는 야구를 해야 했던 수많은 프로야구 동료선수들을 위해 결단을 했었기 때문이다. 스타로서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는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가 떠난지 12년, 목숨처럼 사랑했던 팀에서 쫓겨나듯 나온지 34년 만에 그토록 바랬던 거인 아닌 선수들의 “기세 야구”가 지금 롯데자이언츠에서 살아나고 있다. 그가 던진 강속구는 “사랑이란 이름의 기세”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