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맛은 입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음식의 맛은 입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맛 ‘미(味)’란 단어는 입 구(口)와 아닐 미(未)가 합쳐져 있다. 나름 해석을 해 보면 음식의 맛을 보면 입에서 끝날 일은 아니라는 뜻을 가진다. 오래전 이 글짜를 만든 사람들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손 들어 찬성한다. 치매를 앓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기억하는 것은 맛으로 가졌던 기억이라 하니 음식을 먹고 함부로 감탄사 몇개로 끝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음식 무엇보다 요리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듯 하다. 맛에는 요리한 사람의 상상이 숨겨져 있다. 상상하여 만든 맛과 먹는 사람의 상상이 미각이란 언어로 대화한다. 대화한 후 미각의 언어가 은유로 남아 순간은 영원으로 기억된다. 맛은 시간과 공간 어디쯤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남으니 “대박 맛있다”, “소름! 최고로 맛있다”는 말 쯤으로 대화단절 시키지 않아야 한다.
“대박, 소름, 최고로 맛있다!”라고 하면 그것으로 맛은 끝나버린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란 말이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사람을 비유한 말인데 어쩌면 솔직한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말은 진실이고 음식은 그렇게 먹는거다. 쓴 음식을 한사코 계속 먹다가는 분명 몸에도 좋지 않다. 쓴 약이 몸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약을 음식처럼 먹을 수는 없다. 단 음식 대부분은 귀한 것들이다. 쌀 밥도 꼭꼭 씹다보면 단맛을 분명 느낄 수 있다. 여름의 작렬하는 태양을 온 몸으로 받은 곡식이 몸에 좋지 않을리 없다. 아주 오래전 들판의 어떤 식물이 먹을 수 있는지 판별하는데 단 맛이 가장 확실한 기준이었을 것이다. 사람의 몸도 단 음식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다. 이를 탄수화물이라고 이름 붙여 대단한 것처럼 설명하지만 탄수화물을 먹는다고 표현하기 보단 단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그래야 식품전문가, 요리사, 의사들에 의존하지 않고도 건강한 맛을 찾을 수 있다. 신맛, 짠맛, 쓴맛의 다른 음식도 균형을 맞추어 먹어야겠지만 역시 단맛을 제일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달면 삼켜야 한다”. 채소의 잎, 줄기, 뿌리에서도 단맛 찾는 시도를 하는 것도 좋겠다.
“달면 삼켜야 한다”
단 맛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다른 맛을 찾아낼 때 건강이 지켜진다. 쌀밥 씹으며 단맛도 찾고 단맛 사이 드러내는 다른 맛도 찾아보자. 빵은 밀로 만들었고 당연히 단 맛을 갖는다. 빵에 버터를 바르기 전 한 입 베어 먹으며 단 맛을 찾고 단 맛사이에 드러나는 다른 맛도 찾아보자. 그러면 어김없이 그 맛은 순간과 함께 기억으로 남아준다. 단 맛 DNA는 땅과 농부의 기억, 밥상으로 오기 까지의 경로를 정확하게 전달해 준다.
단맛의 극치, 티라미슈, 뉴욕케잌은 함께 할 소중한 사람이 있을 때만 먹자
까페에 가서 커피와 함께 주문한 티라미슈, 뉴욕케잌은 단 맛의 극치다. 티라미슈와 뉴욕케잌을 맛보면서 단맛 사이의 다른 맛을 찾아내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그렇다고 “난 이렇게 단 케잌은 안 먹어!” 하는 사람도 매력없다. 사막에서 바늘은 찾지 않아도 되지만 그런 사람은 꼭 사막같이 황량하기 그지 없다. 다만 단맛의 극치 케잌은 카페에 마주앉을 사람이 있어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이 기억으로 남을 때만 먹으면 된다. 만나는 사람이 은유가 되어주니 맛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단 맛은 그저 이어주기만 해도 된다. 그러니 맛으로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될 순간에만 단맛의 극치를 먹자. 혼자 맛 볼 때는 미각이란 언어로 자신과 대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혼자 앉아 미각 대화를 허락하지 않는 맛으로 순간을 날려 버리면 아깝지 않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뭐니뭐니 해도 맛 중 최고봉은 단 맛이다. 좋아할 땐 언제고 독극물 취급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 굳이 인류의 진화를 따져 보지 않더라도 지금의 몸이 단맛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그 단맛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단 맛 사이의 다른 단 맛과 숨겨진 맛을 찾는 노력으로 미각의 은유가 가져오는 기억을 만들자. 그렇게 몸이 아는 미각의 기억을 소중히 할 때 맛도, 몸도, 그리고, 영혼도 함께 지킬 수 있다.
단맛을 미각으로 키울 때 맛도, 몸도, 영혼도 함께 지킬 수 있다
울산ubc방송의 “필환경시대의 소소식탁” 프로에서 섭외를 받아 “이한철의 소소한 식탁”코너에서 촬영을 하고 왔다. 울산 지역 못난이 채소로 현장에서 요리사님이 요리한 음식을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프로다. “맛있다!”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까칠한 태도에도 즐겁게 맛으로 대화를 이어가 준 이한철님과 함께 한 순간은 오랫동안 기억으로 남을듯 하다. 방송을 혹시 보는 분이 있다면 음식의 맛에 마치 정답이 있는 것 처럼 몇가지 정해진 감탄사를 던지는 대신 자신만의 맛을 통해 미각으로 대화하고 소중한 음식의 추억을 쌓길 기원해 본다.
울산ubc방송, “필환경시대의 소소식탁” 토요일 오전 9시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