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기억(10) 살균도시

살균도시

by 강하단

도시는 기억(10) 살균도시


살균도시: 여분이 생겨 기호가 다양해 지는 도시가 생기는 필요충분한 조건이 형성되어도 한가지 꼭 조심해야할 것이 있다. 위생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도시 속 역할무대를 살균해 버려서는 안된다. 여기서 살균은, 본 글의 초반부 도시와 환경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도시로 물질을 제공하는 환경을 살균하는 것과는 다르다. 환경을 살균하는 살균도시가 아니라 이번에는 기호를 살균하는 무대살균에 가깝다. 일종의 검열인 셈이다. 도시와 환경을 구별짓는 큰 경계선을 일상으로 기껏 옮겨 왔다고 하더라도 일상 속 증강현실 역할무대를 살균한답시고 조종하려 한다면 모든게 허사로 돌아간다. 이보다 더 악랄한 것은 무대는 허락하되 배우의 대사를 간섭하고 일일이 조종하는 것인데 기호의 살균을 의미한다. 기호가 살균되면 무대가 덩달아 살균되는 것은 당연해 진다. 디지털 시대 다양한 플랫폼 무대가 속속 생겨나고 다양한 무대 만큼이나 사용가능한 언어인 기호가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지만 살균을 통해 통제한다면 모든게 허사가 되어 버리고 만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플랫폼 설립과 플랫폼 사용언어인 기호의 허가제이다. 모든 기호를 반드시 해당 법으로 여과한 후에만 사용하라는 제도이다. 무분별한 플랫폼과 기호는 도시 체계의 질서를 흐트린다는 무질서 논리다. 도시와 환경이라는 거대한 경계선에서 권력을 유지하던 세력이 철밥통을 그리 쉽게 양보할리가 없다. 권력형 체계는 준법 정신을 앞세운 제도를 통해 일상에서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시민 역할무대를 살균하고 무대 위 언어까지 통제하는 기호살균을 하고 있다. 살균도시가 불가능하자 이제 무대라도 살균해서라도 그들의 권력체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살균무대가 한시적인 과도기 현상일지 고착되어 버릴지 아직 불분명하다. 일본정부와 같이 무대를 철저하게 살균하고 무대 위 역할연기는 비교적 자유롭게 보장하는 화이트 무대 허가 방식이 있다면 한국 정부의 경우 무대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살균해야 한다고 믿는듯 하다. 어떤 경우이든 무대와 기호가 살균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거대 자본이 장착된 법으로 살균된 무대 말이다. 지금의 이런 상황이 비록 일시적인 과도기라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과도기 시기가 그리 빨리 마무리 되지 않을 것이란 불안이다. 이 시기 생긴 불안이 도시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살균된 화려한 역할인형들은 환상의 청정무대에서 미세플라스틱없는 청정물 마시며 한치 오차없는 표준화된 정체성으로 공연을 하고, 살균된 인형의 모습 못지 않게 역시 살균된 관객도 한치 오차없는 표준화되고 정형화된 엄청난 호응으로 열광한다. 살균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이 옮겨온 살균무대와 그 무대가 만든 문화의 모습이다. 살균무대에서는 토약질할 아주 작은 모퉁이 공간도 허락되지 않는다. 잠시의 휴식도 허락하지 않는다. 아프면 살균되고 무대 밖으로 처분된다. 살균도시 속 도시민은 백화점, 병원, 아파트를 전제로 표준화된 삶을 살았다면 살균무대에서 표준화 역할을 담당하는 도시민에게는 완벽하게 살균된 대본이 주어진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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