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출가

연구에 출가한 후유증은 생각보다 아팠다

by 강하단

색다른 출가


환경 공학자로 특이한 연구에 출가했었다. 5년간 약 100억원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과학예술융합 프로젝트였다.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도 모자란다 생각해 출가 아닌 출가를 해야만 했었다. 그 5년간 24시간 난 연구만 생각했다. 꿈에서도 연구의 아이디어를 떠 올렸으니 24시간이 분명하다. 온전히 프로젝트에만 집중하기 위해 그 당시 하고 있었던 다른 프로젝트를 마무리 해야만 했다. 기존 랩도 정리해 학교에 반납했다.


이제 출가란 단어의 핵심 내용인 집의 문제만 남았다. 그런데 난 운이 좋게도 프로젝트의 거의 모든 문제를 아내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듣고 토론했다. 전공용어, 전문지식을 일반 대중에게 표현하는 훈련과 정리를 아내가 담당해 주었다. 그래서 난 멀리 떠나 산으로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출가 수행을 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꿈 같았던 모든 일들이 끝이 났다. 모든 것을 바쳤기에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니 랩과 대학원생, 연구비 그 어떤 것도 곁에 없었다. 연구자로서 당황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힘들고 나를 괴롭히는 것은 몸 담고 있는 학교에 과연 밥값은 하고 있는지 내 자신에게 답하는 것이었다. 논문 발표, 연구비 수주 등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몸으로 바뀐 출가 아닌 출가를 한 연구자는 이제 초라한 모습으로 하루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파계하고 다시 속세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정신줄 놓고 힘들어 하기엔 5년간의 연구 출가 수행기간이 너무나 소중하기에 마음을 다 잡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책으로 그 기간의 연구를 대중의 언어로 표현하자고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찰스 다윈도 박물학자로 비글호에 탑승해 1831년-1836년까지 5년간 세계일주 탐험을 하고 그의 종의 기원을 최종 완성한 1860년까지 24여년을 정리하고 연구를 이어가지 않았는가. 내가 감히 대 과학자인 찰스 다윈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그 대단한 다윈도 5년의 비글호에서의 출가 후 20년간 연구를 정리했다고 하니 큰 위안이 되었다.


2017년-2021년 5년간 “사이언스월든”호에서 50여명의 동행자와 함께 “과학예술인문학”이라는 세상을 연구하는 출가를 했었다. 그리고 난 지금 그 기억과 기록을 책으로 남기는 연구를 하면서 밥값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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