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과 성적이 사라진 교실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토큰 경제, 토큰 사회

학점과 성적이 무너진 교실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알트코인에 정보를 담으면 블록체인을 통해 영원히 기록할 수 있다. 돈에 정보의 기록이 연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돈이 쓰일 때 돈에 담긴 의미가 함께 전달된다는 것을 뜻한다. 달러와 원화에는 아무런 기록이 없다. 비트코인은 장부는 있으나 장부의 기록이 쓰임의 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달러, 원화, 비트코인은 그래서 조건과 제약없이 사용가능한 돈이다. 식당에서 밥 먹고 어떤 돈으로 지불할까 고민하지 않는다. 어떤 신용카드를 쓸까 정도는 고민하지만 어떤 카드를 골라도 하나의 돈만 흘러 나간다. 알트코인은 다르다. 식사하고 내는 돈, 지하철, 버스 타는 돈, 영화 보는 돈, 커피 마시는 돈, 항공권 구입하는 돈, 부동산 구입하는 돈, 아파트 사는 돈 모두 다르다. 알트코인 돈의 종류는 세상에서 살 수 있는 모든 것의 수만큼 생길 수 있다. 이 돈들은 특정 조건에서 거래 되도록 블록체인 기반으로 디자인된다. 소유하는 사람의 이름을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 왜냐? 카페에서 커피 주문하면서 쓰일 수 있는 알트코인 돈이 어디에 있는지 핸드폰 앱을 열심히 찾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건이 주어진, 즉 확정된 상황이 생기면 거기에 맞는 알트코인 돈이 당신의 전자 지갑에서 바로 나오기 때문이다. 지갑에서 어떤 신용카드 꺼낼까 고민하는 것 보다 오히려 간단하다. 이런 알트코인을 블록체인 토큰이라고 부른다. 현실에서 토큰 경제의 모습이 아직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지 않고 있지만 나름 상상은 가능하다.

토큰이 생겼으니 드디어 학교 교실로 이야기를 옮겨갈 준비가 되었다. 이제 토큰으로 이루어지는 교육 현장으로 가는 것이다. 토큰이 학점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목격해 보자. 교실로 가기 전에 오해를 하나 풀고 가자. 블록체인으로 암호화폐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론 상식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오해하고 있는 사람도 있어 미리 말해 둔다.

한 학생이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데 성공했다. 같은 반 친구들은 환호하고 선생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여기서 끝이었다. 그 문제가 학기말 시험에 나오면 푼 학생은 높은 성적과 학점을 얻게 된다. 하지만 토큰사회에서는 다르다. 수학문제를 푼 학생에게 교실의 학생과 선생님의 존재, 문제가 주어진 상황 속 조건들을 기록한 토큰이 주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몇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토큰을 수학문제를 푼 학생에게 주는 것은 선생님도 아니고 같은 반 학생도 아닌 “세상”이라는 것이다. 다른 부분도 있다. 수학문제를 끝까지 푼 학생 한 명에게만 토큰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학생들도 나름대로 그 수학문제를 자신의 태블릿에 풀고 있었다. 비록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해결한 부분도 있고 막힌 부분도 있었다. 그 성과에 대해서도 토큰이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수학의 이론과 지식을 가진 “세상”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은 비록 이번 수학문제를 끝까지 풀지 못했지만 막힌 부분이 다른 문제에서 응용되어 해결되었을 때 그 학생의 능력과 관심을 기억해 두었다가 논리적으로 기록한 후에 거기에 맞는 토큰이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식으로 공부한 학생의 수학에 대한 능력과 관심의 성장은 고스란히 토큰을 통해 기록되고 사회는 해당 학생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사회는 처음 교실에서 주어진 수학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프로젝트가 생겨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때 모든 토큰을 서치해서 교실에 있었던 학생을 찾아내어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방문한 교실에서 수학문제를 끝까지 푼 학생이 아니라 그 때는 끝까지 풀지 못했지만 그 후 그 문제와 연결된 여러 다른 수학문제에서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비슷한 수학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토큰을 가진 학생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판단이다. 토큰경제에 이어 드러낸 교육을 위한 토큰사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교육에 쓰인 토큰은 돈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