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와 삼성의 만남 vs 과학과 예술의 만남
삼성과 빌게이트 재단이 만나 변기를 만들었다. 변기개발 성공 기념으로 빌게이트가 올 8월 한국을 직접 방문하여 삼성 부회장과 만나 함께 축하하기도 했다. 아무리 획기적인 변기라 하더라도 그보다는 삼성과 빌게이트의 조합이 관심거리가 되어 뉴스가 된듯 하다.
빌게이트가 화장실에 관심을 가진지는 10년도 훌쩍 넘는 오래 전 일이다. 화장실이 없어 위생을 지킬 수 없는 수많은 지역의 어린이와 여성을 위해 빌게이트가 그의 재단을 통해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아프리카, 인도, 동남 아시아 지역은 화장실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현지를 가보면 화장실이 아예없는 마을도 있어 인근 숲 속이나 들판에서 볼일을 본다. 라오스 핫파인 지역 소수민족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생들은 쉬는 시간 학교 뒤 숲속으로 들어가 해결한다고 했다. 많은 기관과 활동가들이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세식화장실을 지어주기도 하는데 사태는 더 악화되기 일쑤다. 물 부족으로 화장실은 오물로 넘쳐 흐르고, 물이 있을 때도 똥과 오줌을 씻어내려 근처 개울이나 하천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으로 물이 거의 필요없고 오물도 처리가능한 획기적인 변기 개발에 빌게이츠는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삼성과 빌게이츠 재단이 개발했다는 ‘재발명RT 변기’의 사양과 장착된 기술들이 구체적으로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물은 거의 또는 아예 필요없고 오물을 고체와 액체로 구분하여 고체는 가루로 만들든지 또는 생물학적 처리를 하며 액체는 첨단 필터기술로 정화해서 깨끗한 물만 배출하는 특징을 가진다고 알려졌다. 정말 이런 변기가 있다면 더 이상 세상에 화장실로 고통받는 어린이는 사라질듯 하다. 최고의 기업과 세계최고의 갑부이자 셀럽인 빌게이츠가 만났으니 이 정도의 발명품이 나오는 것이라 믿는다.
빌게이츠와 삼성이 만나 재발명RT 변기가 탄생했다면, 과학과 예술이 만나 탄생한 변기도 있는데 ‘비비BeeVi화장실’이다. 비비화장실의 특징은 이렇다. 우선 똥과 오줌이 볼 일 보는 단계에서부터 변기에서 효율적으로 분리된다. 똥에서 생물학적 소화를 통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바이오가스는 전기생산에 쓰인다. 생물학적 소화 후 남는 부분은 양질의 퇴비가 된다. 오줌은 ‘인’이 풍부한 액비가 되기 위해 산화와 농축기술이 활용된다. 울산과기원UNIST에는 비비화장실 시스템 전체를 볼 수 있는 생활형 연구실 ‘과일집(과학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 2018)’이 있어 실제 사용도 가능하다.
RT변기와 BeeVi변기의 가장 큰 차이는 목적의 다름이다. 이는 다른 철학으로 이어진다. 빌게이츠와 삼성은 똥을 처리하기 위한 변기를 만들어 세상에 유용하게 쓰이길 바라는 자본주의 휴머니즘 기술이다. 반면 비비변기 연구팀은 똥 자체에 관심을 가져 소중한 가치를 뽑아내어 디지털 대안화폐로 연결했다. 똥본위화폐다. 비비화장실과 똥본위화폐를 통해 세금없이도 운영되는 기본소득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 똥본위화폐 디지털 화폐로 대중이 소통하는 사회다.
비비BeeVi는 빌게이츠란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지 않고 존레논이 ‘이매진’에서 노래한 “국경없고 소유 없는 세상”의 꿈을 대신 꾸었다. 과학자와 예술가가 만났으니 그 정도 꿈은 꾸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