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으로 만든 전기로 독서하고 온수로 샤워하는 기분
“공급받은 전기량이 1.0킬로와트시(kWh)라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 독서도 못하고 밥은 전기밥솥으로 않고 가스불로 했어요 ㅎㅎ”라고 아파트 엘리베이트에서 만난 이웃에게 인사말을 건넨다. 단전상황도 아니고 공산주의 국가 아파트는 더더욱 아니다. 단지내 주민들이 화장실에서 눈 똥을 모아 중앙관리동 지하에서 처리해 에너지를 만들고 에너지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주민에서 공급하는 아파트 얘기다.
변기는 수세식화장실과 거의 같다. 어찌보면 디자인이 더 예쁜 것 같다. 다만 앉아서 볼일을 봐야 하는 데 똥과 오줌을 분리하기 위한 변기 디자인 때문이다. 볼일 보고 버튼을 누르면 0.5리터 물이 사용된다. 수세식화장실 변기가 약 10리터 정도 사용하므로 꽤 많이 절약하는 셈이다. 똥은 아파트 관리동 지하 미생물소화조라는 미생물들이 똥을 먹고 메탄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로 보내진다. 처음 아파트 입주할 때 관리동 지하에서 똥냄새 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옆을 지나가도 그리고 직접 미생물소화조가 있는 지하를 내려가 봐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생산된 메탄은 연료전지에서 전기로 바뀐다.
지난달 아파트 운영자료를 보니 아파트 주민당 하루 약 0.3킬로와트시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어떤 달은 꽤 많이 생산되어 주민당 하루 0.6킬로와트시 인 적도 있었다. 3인 가구인 집에 0.9 또는 1.8킬로와트시가 보내진다. 똥누는 양도 달라지지만 음식물쓰레기와 함께 운영되어 하다보니 변동이 있다고 했다.
개인주택에 살면 똥을 에너지와 전기로 바꾸는 시설을 설치하기 힘들다고 아파트 입주할 때 들었다. 200명 주민이 함께 살아 에너지, 전기를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는 충분한 똥이 되어 시설을 갖출 수 있었다고 했다.
하루 평균 1인당 0.3킬로와트시 공급받으면 한달 약 9킬로와트시이므로 약 900백원 정도에 불과하다. 3인가족이라면 2,700원 정도가 된다. 그런데 900원, 2,700원이라는 전기요금 절약과는 다른 설명하기 힘든 묘하게 뿌듯한 무엇이 있음을 느낀다.
이 아파트 각 가정 전기 스위치 옆에는 전기계량기가 달려있다. 전기를 사용할 때마다 오늘 사용한 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디지털 계량기를 꺼버리면 보지 않아도 된다. 국내 전기료가 그렇게 비싸지 않아 다른 아파트에 살 때처럼 별 생각없이 전기를 사용해도 되겠지만 이사온 이후에는 당일 공급받은 전기량만큼 사용하려는 습관이 생겼다. 같은 동네 사는 친구로부터 궁상 떨지마란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왠지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하면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낸것 같아 뿌듯해지기 때문이다.
샤워할 때도 마찬가지다. 똥으로 생산된 메탄가스 보일러가 만든 온수를 전기대신 공급받을 수 있다. 3인 가족 기준으로 1일 온수 약 40리터가 평균 사용가능하다. 40리터보다 더 사용하면 부가되는 온수사용료 부담하고 샤워하면 되지만 40리터로 샤워를 마치면 이상하리 만큼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이런 아파트 어디 없나요? 만약 있다면 평당 얼마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