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오늘부터 엄마를 사랑하기로 했다.
엄마의 무릎이 꺾이고 다리에 힘이 없어지면서 걷는데 힘들어하는 걸 본다. 나는 처음으로 엄마가 불쌍해 보인다. 이건 꿈일까 현실일까. 엄마 나이 79세. 올해는 2020년. 허리 수술한 지 5년쯤 지난 시점에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하는 이 상황은. 울고 싶어진다. 그러나 아무리 슬픈 생각을 쥐어짜 내도 울음이 터지질 않는다.
매주 엄마 집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온다는 친구에게 나는 물었었다.
“너는 왜 그래?”
“엄마가 불쌍해서‧‧‧‧ ”
엄마. 나의 엄마가 오늘, 불쌍해 보인다. 나도 엄마를 사랑하게 된 건가. 갑자기 사랑이라는 말이 입안을 돌아다니다 목구멍에 콱 걸리더니 다시 코끝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엄마는 나를 보며 항상 안쓰러워하셨다. 나쁘게 말하면 불쌍해했다는 뜻이다. 한여름에도 내 목에 스카프 정도는 걸려 있어야 안심을 했다. 항상 추워보인다고 했다.
“밥은 뭐 먹고 다니니?”, “집에 먹을 건 있니?”
맨날 먹는 거 타령이 지겨웠다.
“왜 내가 못 얻어먹고 다닐까봐? 엄마는 내가 그렇게 춥고 배고파 보여?”
“응 나는 니가 그런 거 같애‧‧‧‧”
나는 그럴 때마다 엄마를 증오했다. 딸 셋 중에 제일 불쌍한 애 하나 만들어 놓고 자기 신세타령하면서 자기 연민을 쏟아버린다고 여겼던 거다. 나는 오늘부터 엄마에게 간다.
오늘부터 엄마를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