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오늘부터 엄마를 사랑하기로 했다.
엄마와 병원 간 날.
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엄마가 혼자서 MRI실 방향으로 길을 나선다. 시력이 나쁜 나는 영어를 알아도 못 찾은 MRI실을 엄마가 먼저 찾은 것이다.
“엄마가 어떻게 저거 읽었어?”
“야, 저 정도는 읽을 줄 알어!”
엄마가 MRI를 읽을 줄 알게 된 사연은 이렇다.
엄마는 시골에서 제법 형편이 좋은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중학교를 갈 수 있었으나, 너무 공부가 하기 싫어서 가라는 학교를 안가고 집에서 논 일, 밭 일, 집안 일을 하면서 지냈다. 그러다 스무 살쯤 되었을 때 서울 어느 방직공장에서 직원을 뽑는다는 소문을 듣고 무조건 상경을 하였다. 공부하기 싫어 학교도 안 간 엄마가 직장을 가기로 한 이유는 엄마의 아부지가 재혼을 했는데, 그 재혼녀가 전남편의 딸을 데리고 들어와서 그 꼴보기 싫어서 가출 비슷하게 출가를 한 것이다.
그리하야 방직공장에 취업을 하긴 했는데 3개월 만에 감원을 한다는 소문이 돌더니, 드디어 6개월 후엔 대대적이고 실제적인 30% 감원이 진행되었는데, 초등학교 밖에 안 나오고 취업한지 3개월밖에 안된 엄마는 감원 대상이 되어 도로 시골집으로 가는 게 끔찍하게 싫어서 더욱 일을 열심히 했다. 엄마는 총무과장이 잘 보이는 곳에서 주로 더 열심히 일을 했는데, 특히 방직기계 일일점검표 작성하는 것이나 직물마다 써있는 영어로 된 분류표대로 옷감을 분류하는 작업을 야무지게 잘해서 일 잘하는 예쁜 애로 소문이 나기에 이르렀다.
당연히 영어를 모르는 엄마는 자취방에 가서 밤늦게까지 며칠 동안 알파벳을 외운 것이다.
6개월 후 엄마는 30% 감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과 동시에, 조장으로 승격하여 허드렛일에서 빠지고 조원 관리하는 일을 주로 했으며, 조장 이상만 입성할 수 있는 기숙사에도 들어간다.
이렇게 파격 인사가 된 것은 제 1요인이 엄마의 인물이 특출났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그 말은 90% 이상 맞을 것 같다.
우리 엄마는 예쁘다.
예쁜 우리 엄마의 자취방에는 시골 동네 같은 초등학교 다녔다고 하는 기억 안나는 남자애도 기웃거렸고, 소개로 만난 지금의 울 아부지는 아예 그 방직공장 경비실에 떡하니 앉아서 엄마를 허구헌날 기다렸다고 한다.
지금은 6개의 철심이 허리에 박혀 있고, 이틀 뒤 디스크 수술 예정인 엄마.
오늘부터 엄마를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