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기 인생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피할 수 없이 외로움을 만난다. 이 외로움은 관계가 부족해서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관계가 정리되면서 생긴다.
그동안 부모는 아이를 중심으로 삶을 촘촘히 채워 왔다. 아이의 일정, 아이의 감정, 아이의 필요. 이 밀도가 낮아질 때 부모는 자기 삶의 빈 공간을 마주한다. 이때 많은 부모는 이 감정을 고립으로 오해한다. “이렇게 혼자여도 괜찮은가? “점점 사람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그러나 외로움과 고립은 다르다. 외로움은 관계가 사라질 때 생기지 않는다. 역할이 사라질 때 생긴다. 고립은 관계가 끊어질 때 생긴다. 부모가 아이의 삶에서 한 발 물러날 때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외로움이다. 그 외로움은 부모가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다시 서고 있다는 신호다.
고립은 다르다. 고립은 관계가 단절되고 연결의 통로가 막힐 때 생긴다. 말할 사람이 없고 연락할 대상이 없고 기댈 곳이 없는 상태. 외로움은 이동의 감정이고, 고립은 차단의 상태다.
부모가 외로움을 두려워해 다시 아이의 삶으로 들어가면 외로움은 잠시 사라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고립의 씨앗이 남는다. 왜냐하면 부모의 삶은 여전히 비워진 채로 남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견디는 부모는 관계를 새로 고른다. 역할이 아닌 관계, 필요가 아닌 연결, 의무가 아닌 만남. 이 선택은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 과정을 지나야 부모의 삶은 아이의 삶과 분리된 자기 무게를 갖게 된다.
그래서 이 장의 결론은 분명하다.
외로움은 잘못된 감정이 아니다. 외로움은 부모가 자기 인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과정의 표식이다. 고립은 피해야 할 상태이지만 외로움은 통과해야 할 감정이다. 부모가 외로움을 견딜 수 있을 때 아이의 인생은 부모의 외로움을 대신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다음 장 예고
다음 장에 서는 부모가 자기 인생을 다시 세우는 과정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마주하는 일과 생계, 그리고 삶의 지속성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