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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천사람 Oct 13. 2021

[RACE No.2] "NOT BAD" - 낫배드

* 본 발행물은 웹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기기에 따라 문장의 맺음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합정과 망원이 균형을 이룬 곳.

버스를 타고 지나다 보면, 골목 어귀에 나지막이 자리 잡은 2층 공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겸 카페,

낫배드(NOT BAD) 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낫배드를 운영하는 조남인 디렉터입니다.


브랜드명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전반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것 들과 잘 맞는 표현이었어요. 너무 가득 찬 것들보다는 항상 80%를 추구하고 있었고, ‘낫배드’ 라는 단어를 선택하게 됐죠. 한국에서는 ‘낫배드’하면 부정의 표현, 부정적인 의미가 먼저 떠오르는데, 외국에서는 긍정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낫배드가 갖고 있는 양면성, 다양한 모습과 방향성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낫배드라는 표현을 선택했습니다.


일반 카페와는 다른, 낫배드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적 측면 / 공간적 측면입니다.


우선 브랜드적 측면부터 보면, 낫배드 라는 브랜드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겸 카페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요. 카페로 운영하기도 하지만, 저의 공간 디자인 ‘포트폴리오 쇼룸’의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간 프로젝트 미팅은 이곳에서 진행을 하고 있어요. 제가 디자인한 가구를 실제로 고객이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카페의 기능과 디자인 쇼룸의 기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는 게 낫배드 만의 특징인 거죠.


공간적 측면에서, 2층을 선택한 이유는 ‘조용하며 평소와는 다른 시야’를 고객 분들께 전하고 싶었어요. 사람이 2층에서 밖을 바라볼 시간은 거의 없거든요. 저는 1층에서 보이는 시야를 개인적으로 불편하게 느끼고 있어요. 물론 상황에 따라 조금은 다르지만요. 제 공간은 안락했으면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어요. 고객 성향에 따라 지나다니는 차들이나, 다른 분들께서 카페 내부를 바라보는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이실 수도 있고요. 그래서 ‘안전하게 둥지에 올라와 있는’ 느낌을 만들고 싶었어요.


또 다른 공간의 특징은 많은 것 들의 높이가 착석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는 부분이에요. 보이는 창은 아랫부분 높이가 어깨 정도에 와야 저는 개인적으로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조금만 낮아도 창 밖 도로가 보이고, 조금 더 높으면 너무 하늘만 보이거든요. 그래서 복합적인 균형을 잘 맞추는 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친한 형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낫배드는 언제나 평화롭다’인데, 제가 생각한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 주셨어요. 항상 공간의 회전율이 높고, 방문객이 많으면 비즈니스 측면에서 좋죠. 다만, 제가 보여 드리고 싶은 건 ‘가득 차도 차분하고 평화롭다’는 거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 제약을 걸어두는 것도 있어요.


예를 들면, 음악 볼륨이나 직원 분들의 태도(attitude) 같은 것들이죠. 저희 직원 분들 중에서 쉽게 말해 방방 뜨는 분들은 없어요. 전반적으로 차분하신 분들이 많아요. 어떤 태도를 갖고 일하냐가 공간을 다르게 보이게 한다고 생각해요. 약간 도서관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제가 사서인 거죠.


어느 정도 긴장감이 맴돌면서 차분한 공간을 지향하다 보니, 음료는 컬러풀한 메뉴들이 나올 때도 있어요. 자칫 고루해 보일 수 있으니 약간의 변화를 주는 거죠. 리듬감이라고 표현하면 좋을 듯합니다. ‘신메뉴로 대박 쳐야지’라는 생각보다, 너무 삭막한 분위기가 느껴질 수 있으니 공간 배치를 바꾸거나, 주어진 조건 안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곧 오픈 1주년입니다. 과감하게 오픈을 결심하신 계기가 있나요?

더 지체되거나, 공간을 만들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어요. (하하) 농담이고, 코로나 이슈가 금방 지나갈 줄 알았어요. 조류 인플루엔자나 신종플루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고, 오픈할 때쯤에는 사람들의 위기의식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상황이 조금씩 심각해지면서 전국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되니까 많이 놀랐죠. 어려운 상황에서 오픈을 했다기보다, 오픈하고 보니 어려워졌어요. 간단히 표현하자면, 칼을 갈았어요. 인고의 시간이라 생각했죠. 어찌 됐든 공간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전개하다 보니, 힘든 부분도 많았어요. 그럴 때 주변 사람들이 의지가 많이 되더라고요.


물론, 좋은 점도 있었어요. 바쁘다 보면 회고할 시간이 모자란데, 브랜드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의미 없는 시간이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시간들을 버텨 내면서 배우는 것도 있었고, 주변에서 피드백을 받으면서 단단해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낫배드’ 하면 떠오르는 색들이 있습니다. 흰색과 파란색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양면성을 포함하고 있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보고픈 생각이 있었어요.


흰색으로 보이실 수 있겠지만, 사실 이 공간의 메인 컬러는 ‘회색’입니다. 컬러 코드는 던 에드워드 페인트의 ‘돌핀 테일’이라는 돌고래 피부톤의 그레이에요. 파란색도 따지고 보면 ‘인디고 나잇’이라는 컬러 코드가 있는데, 색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정말 따로 해야 될 정도로 이야깃거리가 많아요. 아까 말씀드린 ‘양면성’이 파란색에도 포함됩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파란색이 제 일상에 반영된 건 또 아니에요. 파란색 덕후는 아니라는 얘기죠. 기억 속에 파란색이 스며들어 있다는 게 좋았고, 처음 얘기한 낫배드의 양면성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저희 스티커에도 적혀 있는 문구는 ‘당신이 경험한 것보다 더 괜찮다’라는 뜻 이거든요. 그 부분과도 같은 맥락으로 이어 지네요.


파란색이 서양에서는 굉장히 우울하고, 불안한 컬러로 표현이 많이 돼요. 역사적 배경으로 보면 억압된 의미의 부정적인 뜻도 있고요. 그런데, 신기하게 한국에서는 이게 긍정적인 느낌이 더 강하더라고요. 분명히 같은 색이지만, 사회/문화적 배경과 생활 방식으로 인해 받아들이는 감도가 다른 거죠. 강렬한 파란색을 풀어줄 수 있는 색을 생각해 보니까 평온한 회색을 생각하게 됐죠. 호환이 되는 색상을 생각했거든요. 파란색의 비중을 따져 보자면 대략 15~20% 정도. 그 외에는 무채색으로 표현하게 되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낫배드 하면 부정의 인식이 더 강해요. ‘그저 그래’와 ‘꽤 괜찮아’는 정말 다른 표현이거든요. 저는 그 인식에 대해 부딪치고 싶었어요. 꽤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거죠. 이 것도 굳이 표현하면 ‘쏘 굿’처럼 할 수 있었겠지만, 그 건 너무 재미없잖아요. 내 것이 좋다는 말이니까요.



디자인 측면에서는 파란색이 정말 양면성이 강해서, 사용하기 조심스러웠어요. 정말 잘하거나, 정말 별로 거나 둘 중 하나거든요. 사실 제가 이 공간을 구성하고 지인 분들께 보여 드렸을 때, 하나같이 ‘별로다.’라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그만큼 신중했지만 결국 선택을 하게 되었고 오히려 꽤 괜찮은 이미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만족합니다.




이런 부분이 사실 디렉터 님께 직접 듣기 전까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잖아요.

맞아요. 걱정을 많이 하는 부분이었어요. ‘화이트/블루 컨셉’ 이라는 얘기를 인스타그램에 많이 적어 주시는데, 사실 화이트/블루를 의도하진 않았습니다. 컨셉 이라기보다는 이야기가 있는 선택이었던 거죠. 다른 이야기가 있었다면 또 다른 색상이었을지도 몰라요. 이야기가 달라지면, 색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 스스로 사실, 너무 본인 것에 대해서 설명이 많은 걸 좋아하지는 않아요. 누가 툭 쳐서 얘기가 나오면 상관없지만요. 궁금하고 관심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드릴 수 있는데, 먼저 말씀드리기가 조금 조심스러워요.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이 걸 받아주는 많은 눈과 많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카페라는 기능을 사용한 이유가, 카페는 사실 망원동에 아시는 곳만 해도 너무 많잖아요. 브랜드를 소개하기에 카페라는 공간이 적합해 보였어요. 카페를 빼면 2층에 있는 가구 쇼룸인데,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낫배드라는 공간은 결국 저와 고객 분들을 이어 주는 매개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우프바우 대표님과 얘기하면서 저희끼리 정한 올해의 키워드가 있어요. 여유 / 맛 / 멋. 그 게 생활 속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거든요. 제가 작년에는 여유/맛/멋을 모두 잃었었어요. 항상 갇혀 있고, 브랜드에 집중하다 보니까 일상 속에서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도 했어요.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제가 갖고 있어야만 다른 분들께 전달할 수 있는데, 제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고객 분들께 전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 요소들을 우선 갖추고 나서, 고객 분들께서 이 공간을 접하셨을 때 ‘낫배드 아닌데? 베리굿인데?’라는 생각이 들게끔 의도하는 것도 있어요. 브랜드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계산한 건 전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묻어 나왔으면 하는 거죠.


공간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뚜렷한 계기는 없었어요.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람들이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어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되고, 궁금증과 관심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커피 로스터였어요. 디자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었죠. 주변 지인들에게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주변 친구며 지인들이 창작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던 시기가 있었고, 조금 더 디테일하게 30대를 더 멋지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 당시 28살이었던 시점에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었습니다. 마침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였던 더 퍼스트 펭귄의 공고가 올라왔어요. 저에겐 정말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죠. 좋은 기회를 통해 프로젝트 디렉터로 근무하게 됐어요. 제 직무는 공간 디자인은 아니었고, 현장 시공 감리를 담당하는 일이었어요. 공간 디자이너는 따로 있고, 주로 현장에서 관리/감독하는 일이었죠. 공간 일을 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눈이 조금 트인 것 같아요. 현장을 4-5년 동안 경험하다 보니, 디자인을 실제 현장에서 구현하는 부분에 안목이 조금 생기더라고요. 현장에서는 직접 보며 많은 걸 배웠습니다.



디자인적 측면에서 ‘이 것만큼은 지켜졌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균형이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고객분들께 ‘아름다움은 기능과 형식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의 말을 늘 말씀드려요.


제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은 ‘기능’에 합당함이 있어야 하고, ‘형식’을 안아줄 수 있어야 해요. 제가 진행하는 비즈니스는 순수예술 계통이 아니다 보니 상업적인 것들을 생산하고, 합리적인 단가에 제공해야 하잖아요. 중요한 점은 그 기능이 심미적인 것에 멈춰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태형 형님 말씀대로 실용성이 정말 중요하고, 제가 조금 다행이라 생각한 지점이 ‘형식’부터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용성/기능에 대해서 먼저 배운 게 큰 것 같아요. 기능을 먼저 생각해 보고, 그 기능 위에 형식을 얹는 형태로 디자인을 하게 되는 거죠.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것들이 결국 기능과 형식이 어우러진 것들이니까요.

더 넓은 관점에서, 저는 순수 예술이 아닌 공간 위주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보니 당장 하고 있는 디자인 업에 대해서는 어떤 부분이 튀지 않는 ‘균형’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비즈니스에 반영되는 편인가요? 추구하시는 라이프 스타일도 궁금합니다.

균형이 잡혀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해요. 개인적으로 아늑한 걸 좋아하고, 집도 그래요. 생활하는 데 있어서는 안락한 걸 좋아해요. 여기서도 양면성이 적용되죠. 일을 할 때 날카롭게 다듬기 위해서 작업 환경을 정리한다면, 집은 정말 안락하게 해 둬요. 방 문도 레몬색이고, 식물이나 나무를 좋아해요. 작업 공간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고, 집에서는 확실하게 쉴 수 있게 정리하는 편이에요. 요즘 워라밸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작업물도 조금 재밌는데, 낫배드에서 작업하는 것과 집에서 작업하는 게 달라요. 집에는 직각 테이블도 없어요. 원형 테이블에 향 피워놓고 작업을 하고, 창 밖에는 감나무가 보여요. 안정감을 느끼기엔 정말 좋아요.


전년 대비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마인드의 변화는 없으셨나요?

너무 많이 달라져서 뭔가를 꼽기가 어려운데, 제일 큰 건 공간이 작년 대비 사용감이 많이 묻어난다는 점이에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지만요. 브랜드 정신이 사라지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사용감이 드러나고 있어요.


두 번째로, 저희 공간을 이용하시는 고객 분들의 톤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처음엔 망원동에 가게가 새로 생겼다 하면 보러 오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정말 감사한 마음이지만, 일부 분들께서는 평화를 깨는 느낌도 있었거든요. 가볍게 촬영하시는 건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그런데,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었어요. 다른 고객 분들께서는 과한 촬영이나 움직임 때문에 불편하실 수 있거든요. 저는 누구든 편하게 공간을 이용하길 원해요. 타인에게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죠. 그래서 안내용 브로셔를 만들어서 테이블에 올려 두었어요.

제가 살짝 민망하더라도, 제가 얘기를 해야만 다른 고객분들께서 안정감을 느끼실 수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평화 시위로 이런 안내문을 둔 것이기도 해요. 일반적인 망원동 가게에서 느끼는 것들과 달리, 낫배드에서는 작업하시는 분들도 ‘편하게 있다 간다’는 피드백이 꽤 있거든요. 자주 오시는 분들은 이제 얼굴도 익었고요. 그런 점들이 크게 달라진 부분인 것 같아요.


다양한 대관/협업을 진행하셨는데,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아우프바우 제품 촬영이었어요. 약간 대표님께 간택받은 느낌이랄까요.


형님께서 셀렉 하시는 게 확실히 형님만의 느낌이 있어요. 저와 형님 모두 본인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워서 시작한 케이스는 아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면서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해요. 제품 스토리를 담아낼 수 있는 앵글을 이 공간에서 잡아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작업물도 만족할 정도로 나왔고요. 그래서 현재 광고는 따로 하지 않고, 정말 의미 있는 협업이 아니라면 대관은 지양하고 있어요.


낫배드를 찾아 주시는 분들께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이게 정말 어려운데, 많은 걸 전하고 싶다기보다 ‘하고 있는 걸 즐겁게 받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낫배드가 표현하고 준비하는 것들에 대해 ‘정말 낫배드 스럽게 하는구나’라고 있는 그대로 받아 주셨으면 해요.

저는 낫배드 라는 브랜드 안에 숨어 있긴 하지만, 제 개인과 낫배드는 분리하고 있거든요. 낫배드 라는 공간 자체에 애정을 가져 주시고, 그 안에서 이뤄지는 변화에 대해 그대로 받아 주셨으면 해요.


올 해의 목표가 있다면, 살짝 들어볼 수 있을까요?

시기가 조금은 걱정되지만 공연과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팝업 행사나 자체 행사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그중 진수영 재즈 피아니스트 님과 함께 낫배드에서 공연을 진행해 보고 싶어요. 전시, 공연 쪽으로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고, 머릿속으로 그려 둔 것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작년에는 행동으로 옮기기 조심스러웠던 것들이라, 올 해에는 꼭 이뤄지게끔 추진하고 싶어요. 차근차근 생각해 보니, 팬으로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모셔 보는 게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끝으로, 남인 디렉터 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단기적으로는 자본 축적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나, 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제약을 줄이고 싶어요.

부동산 소액 경매 시장에 도전해 보는 게 3-4년까지의 목표예요. 최근 공부하고 있는 분야인데, 막연하게 건물주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생각 있는 건물주’가 되고 싶어요. 공간을 만든다는 건 어떤 갖춰져 있는 사이트 에서의 조건을 남의 공간을 임차해서 가꿔 나가는 경우가 많아, 유지하는 게 좀 어려워요. 그래서 소자본을 갖고 계신 분들을 도와 드리는 걸 희망하고 있어요. 저도 그런 어려움을 겪어 봤기에 임차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볼 수 있게 도와 드리고 싶어요.


공간 디자인은 도시 계획이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건물의 값어치나 인근 상권에도 영향을 주니까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공간을 선택하고 채워 나가는 개념으로 공간을 가꿔 나가고, 그 걸 통해서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이게 향후 5-6년까지의 꿈이에요.

여담으로, 나중에는 작은 과수원을 하고 싶어요. 멋있는 과수원이 없는데, 진짜 감각적으로 ‘보러 올 수 있는’ 과수원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과수원 하면 비닐하우스에 땀에 젖은 수건이 생각나는데, 그래서 정말 멋진 과수원을 해보고 싶어요. 특히, 복숭아나무를 키우고 싶은데, 진짜 웃긴 게 저는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어요. (하하) 그래도 저만의 멋진 과수원을 가꿔 보는 걸 항상 마음 한편에 꿈으로 두고 있어요. 복숭아 향이 기분 좋게 나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멋진 공간이요.

[취재진이 바라본 낫배드]


저희는 디자인을 잘 모르지만, 낫배드가 정말 철저한 균형을 지키고 있는 곳이라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절제된 소리와 움직임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그 차분함 속에서 고객들이 저마다 휴식을 하거나 작업하는 데 집중하는 듯했습니다. 이 평화를 깨지 않기 위해 공간을 둘러싼 모든 요소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가장 놀라웠던 건, 낫배드의 컬러가 흰색이 아니라 ‘돌핀 테일’이라는 회색이었다는 겁니다. 전시에서 도슨트의 설명 전후로 작품이 다르게 느껴지듯이, 디렉터 님께 디자인 의도를 듣고 나니 공간이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작은 평화를 위해, 수많은 요소가 균형을 이루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디렉터 님을 비롯한 낫배드 가족 분들께 이번 여름이 조금은 더 차분하고 시원한 계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Space Design : 조남인 디렉터

Brand Design : 유경원 디자이너

Poster Design : 심석용 디자이너



OUR PACE MAG

글 : 강현모 에디터

사진/영상 : 박성수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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