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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천사람 Feb 24. 2022

마케터의 일기 #12

[빈 풍선보다, 무거운 공]

퇴사 후 두 달이 지났고, 3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회사를 벗어나고 더 바쁘게 지낸 터라

제대로 쉬어본 건 설 연휴 이후 2주 정도 됐네요.



스무 살 때부터 쉴 틈 없이 지내왔고,

휴식도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편이라

'생각 없이' 쉬어 본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는 휴식이 간절했어요.


좋은 건지 안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시간을 낼 수 있어

좋아하는 지인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지냈죠.


그토록 원했던 '마음 편한 휴식'이었습니다.


근데, 저와 같은 성향을 가지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잠시 멈췄을 때 생기는 괜한 불안감을요.

굳이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죠.


달리기로 예를 들어 볼까요.

10km 장거리를 달리고 있고, 5km 지점까지 열심히 뛰다가

잠시 걷게 되면 '속력을 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불안해 지는 것과 같은 거죠.


관전하는 사람들은 "이미 5km를 빠르게 왔다"라고

전해 주지만, 주자에게는 들리지가 않습니다.


굳이 갖지 않아도 되는 불안감 때문에

페이스를 잃으면, 게임은 엉망이 되겠죠.

그래서 요즘에는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이제 그 정도 멘탈 관리는 잘할 수 있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공복 상태에서 운동하고,

개운하게 씻은 다음 하루를 시작합니다.

저 역시 게을러지고 싶지만, 운동도 결국 습관이거든요.

좋은 습관을 들여야 좋은 정신이 이어집니다.


흔히들 말하는 '공백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움직이고,

감사하게도 새로운 경험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와 저희 팀을 믿고 맡겨 주시는 일들 덕에

한 단계 더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덕에 아워페이스 커뮤니티 분들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죠.


저는 하루를 마치기 전에 여자친구와 통화합니다.

그 날 있었던 일들, 사소한 얘기들을

저녁 시간에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요.


저 역시 사람이기에 힘들 때도 있고,

다른 사람 앞에서 보이지 않은

불안감과 초조함을 얘기할 때도 많습니다.

(어느 곳을 가나 주로 리더를 맡아 왔기에

제 감정을 숨기는 데 조금 더 익숙하거든요)


이런 푸념을 다 들어주던 여자친구가

어제는 이런 얘기를 건네 주더라고요.


"나는 현모가 속 빈 풍선이 되는 것보다

무겁고 단단한 공이 됐으면 좋겠어."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좋은 분들께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 왔지만,

이 짧은 한 마디에 그동안 피어났던

'쓸 데 없는 불안감'이 싹 사라지더군요.


그래서 저를 더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결단이 선 만큼 더 큰 노력을 해야하고,

제가 했던 선택들에 책임도 져야겠죠.


더 넓고 깊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한 걸음만 더 나아가겠습니다.

오늘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저를 더 사랑하며 믿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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